지난해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으로, 고위공직자(3급 이상) 비리 수사는 공수처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검찰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수사권만 남아 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이마저도 넘겨주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쪼그라든다.
여당은 이를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반대 시각도 있다. 즉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들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에 연루된 범여권 의원들이 대거 중수청 설치에 앞장서면서 그런 의심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정치적 논란의 진위를 떠나 범여권 내부에서 중수청 신설을 두고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하지만 사실관계부터 틀린 주장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어느 선진 법치국가에서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한 입법례는 없다. 가뜩이나 적잖은 여권 인사들조차 갓 출범한 경찰청 국수본의 수사역량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검수완박'이 이뤄진다면 권력비리와 같은 거대한 범죄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만 믿고 또다시 뚝딱 처리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먼저 검찰과 야당, 여론을 설득하는 게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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