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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수청 신설, 졸속 입법은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2 18:03

수정 2021.03.02 18:03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1
거대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3월 중 중수청 설치 법안을 발의하려 하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총장은 국민일보와 회견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못 박았다. 자칫 정권과 검찰 간 충돌이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
이견 조율도 없이 졸속으로 입법을 마무리해선 안 된다.

지난해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으로, 고위공직자(3급 이상) 비리 수사는 공수처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검찰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수사권만 남아 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이마저도 넘겨주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쪼그라든다.

여당은 이를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반대 시각도 있다. 즉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들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에 연루된 범여권 의원들이 대거 중수청 설치에 앞장서면서 그런 의심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정치적 논란의 진위를 떠나 범여권 내부에서 중수청 신설을 두고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하지만 사실관계부터 틀린 주장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어느 선진 법치국가에서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한 입법례는 없다. 가뜩이나 적잖은 여권 인사들조차 갓 출범한 경찰청 국수본의 수사역량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검수완박'이 이뤄진다면 권력비리와 같은 거대한 범죄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만 믿고 또다시 뚝딱 처리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먼저 검찰과 야당, 여론을 설득하는 게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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