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에 미련 버려야
신뢰 잃으면 만사 헛일
신뢰 잃으면 만사 헛일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국민의힘)이든 안철수(국민의당)든 야당 단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까지 해볼 만하던 격차가 순식간에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가장 큰 요인이 LH 사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뿐인가, 2·4 대책을 실무적으로 이끌어야 할 LH는 존립 위기를 맞았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LH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LH를 예전처럼 둘로 쪼갠다는 둥, 컨트롤타워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으로 넘긴다는 둥 개편안이 떠돈다.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쳐서 탄생한 공기업이다. 자기 자리가 공중에 붕 뜬 마당에 과연 어떤 LH 직원이 2·4 대책에 열정을 쏟아붓겠는가.
국회는 2·4 대책 후속법안을 차분하게 논의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국민의힘은 14일 총리 이하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코너에 몰린 민주당은 특검 카드를 꺼냈다. 의원 300명을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놓고도 티격태격이다.
근본적으로 2·4 대책은 방향이 틀렸다. 공공주도형 주택공급은 정부가 LH를 앞세워 시장에서 건설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만 맡길 수 없으니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발상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패할 공산이 크다. 마치 제로페이 같은 관제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공공주도형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어차피 1년 뒤면 새 정권이 들어설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식이다. 문 대통령은 '변창흠표'에 기대를 걸지만 공공주도형 정책 자체가 시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은 더디더라도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줄기차게 시장과 엇나가는 정책을 폈다. 2·4 대책은 그 결정판이다. 하다하다 안 되니까 '공공주도'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2·4 대책을 실행하면 즉각 집값이 떨어지고 전월셋값이 잡힐까. 천만의 말씀이다. 2·4 대책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만사 꽝이다. 부동산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땅에 널브러진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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