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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무말 대잔치'로 흐르는 LH 투기 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8:00

수정 2021.03.16 18:00

본질은 공직자의 땅투기
이해충돌방지법이 핵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가 지난 수년 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회피해왔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뉴스1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가 지난 수년 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회피해왔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호응했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지금이 역설적으로 부동산 개혁의 '결정적 기회'"라고 말했다.

겉으로만 보면 정치권이 부동산 부패를 척결하기로 똘똘 뭉친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공직자윤리법 강화, 부동산감독기구 설치를 주문했다. 이 지사는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부동산감독원 설치, 불로소득 환수 등을 주장했다. 앞서 15일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주택부 신설을 제안했다.

부동산 부패를 바로잡으려는 정치인들의 정의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LH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이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라는 단어를 쓴 게 좋은 예다. '적폐'란 단어에는 과거 보수정부 때부터 부동산 부패가 쌓였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야당이 물타기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감독원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성급하다. 감독기구를 둬서 모든 부동산 거래를 뒤지려는 발상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대한 문제다. 이 문제만큼은 열린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김진애 의원 말을 경청하는 게 좋다. 김 의원은 미국 MIT에서 도시계획으로 박사를 받은, 자타가 공인하는 건축 전문가다. 김 의원은 15일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2차 토론에서 부동산감독청을 두자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부동산 감독기구는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자칫 경제 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LH 사태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핵심이다. 당연히 대책도 공직자 투기를 막는 데 집중하는 게 옳다. 그 점에서 특검은 바람직하다. 다만 사전에 경찰이 주도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LH 투기 의혹을 폭로한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16일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수년간 국회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요리조리 피했다.
사실 이번에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만 통과돼도 큰 성과다. 부동산 적폐니 개혁이니 따위 거창한 수사는 되레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
빈 깡통이 요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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