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눈 낮춰도, 인턴 경험도 소용없다.. 지친 취준생 10명중 6명은 "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7 18:32

수정 2021.03.17 18:32

일할 곳 없는 코로나 청년세대
계속된 실패에 "현실도피 게임만"
500대기업 38%만 "상반기 채용"
계획 되레 작년보다도 줄어
눈 낮춰도, 인턴 경험도 소용없다.. 지친 취준생 10명중 6명은 "포기"
#. 박모씨(30)는 4년째 취업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두 차례 인턴 경험을 했고, 수십 건의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여전히 '취준생'이다. 취업준비 초기엔 대기업을 지망했지만 중소기업으로 눈도 낮췄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 감소로 중소기업 경쟁률도 하늘처럼 높아져서다.
박씨는 무기력감에 게임에 접속하는 시간만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을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취준생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년층 구직난은 통계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2월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만6000명, 30대는 23만8000명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10.1%로 2017년 2월(1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채용 줄이는 기업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63.6%가 올 상반기 중 1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신규채용 없음' 기업 비중은 17.3%에 달했다.

취업시장 문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절망감을 토로하는 취준생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9)는 "매일같이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구인 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다"며 "과거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회사도 어쩔 수 없이 이력서를 넣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으로 눈을 돌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째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모씨(27)는 "취업이나 공무원시험이 모두 어렵다면 공무원시험을 택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며 "힘들게 중소기업에 입사해놓고 업무과중과 저임금에 시달리다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취준생의 절망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준생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시대 구직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이외에 "의례적으로 하고 있다"(37.4%), "거의 안 하거나 쉬고 있다"(23.7%) 등 사실상 구직포기 비중이 61.1%였다. 예년 같으면 취업지원에 나설 대학가도 개점휴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취업프로그램이 모두 멈췄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세대는 매년 150~200개 기업이 참가하는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열지 못하고 있다.

■청년고용대책 규모 커졌지만…

정부는 지난 3일 기존보다 1조5000억원 늘린 약 6조원 규모의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11만개에 월 1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학교 방역 등 청년 직접일자리 2만8000개를 만들 방침이다.
또 공공인턴은 2만명 이상 채용한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
김승웅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가면 실업자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정쩡하게 휴학을 하고 좌절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한시적 일자리정책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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