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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감독원' 둔다고 투기가 사라질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9 16:31

수정 2021.03.19 16:3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정청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정청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부동산거래분석원과 같은 강력한 감독기구를 설치해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단속을 상시화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청 협의회를 마친 뒤 나온 얘기다. 분석원 설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직자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층 탄력을 받았다.

 
분석원 설치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꺼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에 상정됐다. 제정안은 분석원의 설치 근거를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토부 아래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둔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투기를 척결하려는 정치인들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분석원을 둔다고 부동산 투기가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분석원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건 아닌지 차근차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4가지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첫째, 부동산은 금융에 비해 시장의 특수성이나 거래의 복잡성이 크지 않다. 둘째, 지금 있는 기구를 내실화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우선이다. 셋째, 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개입이다. 넷째, 시장 안정기에는 감독기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곱씹을 만한 내용이다.

 
시장 자율 침해 논란은 분석원 설치 아이디어가 나올 때부터 불거졌다. 분석원의 모델은 금융감독원이다. 하지만 금융처럼 부동산도 정부가 감독권을 행사하자는 발상은 잘못이다. 금융은 라이선스 산업이다. 은행·증권사 라이선스는 일종의 특혜다. 그런 만큼 감독원을 두는 명분이 선다. 반면 부동산은 자유시장이다. 이런 시장에 감독원을 두는 건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해친다. 부동산 비리를 그냥 두고 보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분석원을 두지 않아도 기존 법률로 얼마든지 질서를 잡을 수 있다.

 
감독기구를 둔다고 시장이 하루아침에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분석원을 둔다고 부동산 시장이 금방 깨끗해질 걸로 믿는다면 순진하다.

왜 분석원 이야기가 나왔는가.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는 조급한 마음에 신도시 카드를 꺼냈고, 공직자 투기가 그 틈을 뚫고 들어갔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은 이같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엉뚱한 데 돌리는 격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 신뢰를 쌓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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