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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 공무원 재산등록, 비리 없앨 묘수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1 18:00

수정 2021.03.21 18:02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불똥이 여권 인사 등 공직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가 경호처 과장이 포함된 3건의 혐의를 확인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당·정·청은 이날 부동산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민의 공분을 의식한 조치라고 하지만, LH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난 보여주기 식 과잉대응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중앙·지자체 소속 전 공무원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직원까지 재산등록 대상에 올렸다. 수익성 자체 사업 없이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기타 공공기관' 직원까지 포함, 150만명을 웃도는 규모다.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배경이다.

이번 LH 사태의 핵심은 신도시 지정 등 개발정보를 악용한 공직 비리다. 하지만 부동산정보 접근 가능성이 없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재산공개 대상에 올린다면 과잉입법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반직의 경우 4급 이상이 대상인 재산등록제를 전 공무원으로 확대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600만명 이상의 재산변동을 정부가 떠맡아야 한다. 그 자체로 행정력 낭비다. 그럼에도 당·정·청은 공직자 부동산 거래 사전신고제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 또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과 별개로 차명투자까지 봉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정부합동조사단과 경찰 조사에서도 차명거래나 의혹이 제기된 여당 의원들의 투기 실체를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니 재산등록 전면 확대 방침이 투기를 발본색원하는 묘수가 아니라 여권에 쏟아진 따가운 시선을 가라앉히려는 꼼수로 비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 투기에 연루될 소지가 큰 공직부문으로 재산등록 범위를 압축하는 게 옳다.
소리만 요란하게 공직사회와 전체를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기보다 실제 공직자들의 투기행위를 차단하고 불법이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책을 강구하는 게 정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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