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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총재 "CBDC 발행 후 비트코인 떨어질 것"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4 10:02

수정 2021.03.24 10:05

서면 간담회 답변서 배포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상회"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높아 결제-가치저장 기능 제약"
[파이낸셜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가 발행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올해 CBDC 시범운용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CBDC 발행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또 이주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내놨다.

"일시적 인플레이션 가능성 있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배포한 서면 간담회 답변에서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혓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배포한 서면 간담회 답변에서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혓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총재는 24일 배포한 서면 간담회 답변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인 1.3%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수요가 분출할 경우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세계 각국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1조9000억달러(약 2150조원) 규모의 수퍼 경기부양책이 확정됨에 따라 미국인들은 1인당 1400달러(약 158만원)를 지급받게 된다. 지원금을 받은 미국인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 투자가 위축되고 거품이 형성되면서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가상자산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일시적인 상황에 그칠 것이라며 우려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간 전체로는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수준(2%)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도 1%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CBDC 발행되면 비트코인 가치 하락"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만약 CBDC가 발행되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만약 CBDC가 발행되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CBDC가 발행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CBDC를 연구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가상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라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 기능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11월부터 'CBDC 파일럿 시스템' 관련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자금이체, 대금결제 등 기능과 발행, 유통, 환수 등 단계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CBDC 발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큰 데다 내재가치가 없어 가치 저장에 유용하지 않다"며 "법정화폐보다 금을 대체하는 투기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현재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CBDC로 인한 비트코인의 입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발행한 'CBDC가 그린 화폐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금을 대체하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신한금투 하건형 연구원은 "CBDC가 등장하면 차세대 거래수단으로 역할을 모색했던 가상자산의 입지가 위축될 전망"이라면서 "비트코인 보유자가 많아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은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이 강화되는 증거이며 비트코인과 금의 시가총액 차이는 시간을 두고 축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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