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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의 특급논설] 20대의 반란

서울시장 4·7 보선 앞두고
화난 젊은층 민주당 '투매'

일자리 정책 실패가 원인
노동개혁 소홀히 한 대가

오세훈 인기는 반사 이익
제대로 된 청년정책 펴야

[곽인찬의 특급논설] 20대의 반란
4ㆍ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영등포시장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동대문 경동시장에서 각각 선거유세를 펼쳤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60.1% 대 21.1%. 20대의 반란인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0대 연령층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트리플 스코어 차로 앞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5일 발표한 결과다. 20대(만 18~29세)의 보수색이 더 짙어졌다. 단일화 이후 첫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딱 하나만 들라면 나는 일자리를 꼽겠다.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보라. 20대 젊은이들이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건다. 문재인정부는 근사한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청년이 비집고 들어갈 문이 더 좁아졌다. 박영선 후보는 여성과 청년이라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발에 달고 뛰어야 할 판이다.

◇원래 청년은 민주당 편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들은 문재인 후보 편에 섰다. 출구조사를 보면 20대(만 19세 포함) 연령층에서 문 후보는 47.6%의 지지율로 안철수 후보(17.9%)를 훌쩍 앞섰다. 자유한국당(현 국힘) 홍준표 후보는 저 뒤로 처졌다.

2020년 4월 총선에서도 청년들은 민주당 편에 섰다. 출구조사를 보면 지역구 투표에서 20대는 민주당에 56.4%의 지지를 보냈다. 미래통합당(현 국힘)은 32%에 그쳤다.

1년도 채 안 돼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4·7 서울시장 보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청년들은 민주당을 말그대로 버렸다. 박영선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60세 이상 및 노인층(26.7%)보다 낮다.

◇20대의 변심: 왜?

일자리가 문제다. 무엇보다 신규 고용창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42.2%로 몇 년째 진전이 없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25.1%로 오히려 전년보다 2.2% 높아졌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꼴로 사실상 실업자란 뜻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세우고,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됐다.

좋은 일자리로 가는 길목은 더 좁아졌다. 이른바 386 세대는 단단한 노·정 공동체를 형성했다. 386 정치인과 386 노조가 한통속이 돼 젊은층에 돌아갈 몫을 가로챘다. 기업도 여기에 편승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서강대 이철승 교수는 화제의 책 '불평등의 세대'에서 "노동시장 구조가 신분계급화의 초입에 진입했다"고 주장한다. 노동시장의 맨 꼭대기엔 대기업·정규직·노조를 다 갖춘 386세대가 있다. 맨 밑바닥엔 중소기업·비정규직·비노조가 있다. 청년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의원(국힘)은 '정책의 배신'에서 "노동귀족이 공공부문과 대기업이라는 좁고 쾌적한 영토를 본인들만의 것으로 만들고 진입로를 폐쇄해버렸다"고 주장한다. 윤희숙이 야당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팩트는 달라지지 않는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20대의 반란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5.1%로 전년보다 2.2% 높아졌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 꼴로 사실상 실업자란 뜻이다.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로 가는 길목은 더 좁아졌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손잡이를 비닐봉투로 꽁꽁 싸맨 배달오토바이가 제주대학교 교정을 지나는 모습./사진=뉴시스


◇2012년 총선의 교훈

지난 19대 총선(2012년)에서 여야는 50대의 표심이 선거를 쥐락펴락한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50대는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다. 한국전쟁 끝나고 1955~1963년 사이에 900만명 넘는 인구집단이 형성됐다. 가히 인구 폭발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와 겹친다.

정치인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2013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정년이 늘면 그만큼 청년층이 손해를 볼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치인들은 50대의 표가 더 급했다. 명분은 그럴 듯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인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표 냄새를 맡는 데 귀신이다. 표가 되면 지옥이라도 갈 사람들이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20대의 반란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원한다면 선거에서 제 목소리를 내라고 조언한다. /사진=뉴시스

◇다시 해법은 투표다

이철승 교수는 노골적으로 청년을 '선동'한다. "정치권이, 정당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민사회는 표로 응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2007년에 '88만원 세대'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우석훈 교수는 더 노골적이다. 그는 아예 책 표지에서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이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고 부추긴다.

정당이 20대의 인기를 얻는 비결이 있다.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된다. 그러려면 노동개혁이 필수다. 대기업·정규직으로 가는 길목을 넓혀야 한다. 노동 기득권을 허물어야 한다. 민주당이 그럴 능력이, 그럴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힘도 20대가 우리 편이 됐다고 좋아하지 마라. 국힘, 오세훈이 좋은 게 아니라 귀족노조와 한통속이 된 민주당이 싫은 거다. 반사이익은 생명력이 짧다.

긴장하라, 정치인들이여. 20대가 움직인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20대의 반란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