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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반도체·배터리 무한경쟁 시대

[강남시선] 반도체·배터리 무한경쟁 시대
요즘 K반도체·배터리가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먼저 치고 나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의 부활을 선언했다. 부활 카드로 내민 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 재진출이다.

인텔은 자타가 공인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반도체 설계와 제작, 판매까지 다 한다. 세계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로 독보적이다. 1980~1990년대 인텔 칩이 들어간 컴퓨터(PC)는 세계에서 품질보증서로 통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판이 바뀌면서 점차 위상이 흔들렸다. 장기집권하던 반도체 왕좌는 오만을 불러왔고, 급기야 기술개발 소홀로 갈수록 뒤처졌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큰손 고객사들은 등을 돌렸고, 퀄컴·AMD·엔비디아 등 후발주자들이 인텔을 넘볼 만큼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인텔의 깜짝 부활 선언은 신임 바이든 행정부의 든든한 뒷배가 배경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무역 패권전쟁에서 이기고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다. 인텔이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들여 2개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도 3년만에 다시 뛰어들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 삼성전자(18%, 올해 1·4분기)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삼성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톱이 목표다. 이 분야 세계 1위는 대만 TSMC(56%)다. 인텔과 미 정부 간 밀월은 한국·대만이 꽉 잡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중심 축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의도다. 즉, 미국판 반도체 굴기가 핵심이다.

글로벌 선두권인 K배터리도 위기를 맞았다. 얼마 전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각형배터리로 바꾸겠다고 했다. 2023년부터 각형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작정이다. 중국 CATL에 이어 세계 2위인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화들짝 놀랐다. 이들은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든다. 당장 배터리 공급이 끊기는 건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큰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반란은 각형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CATL과 연간 전기차 매출의 40%를 올리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는 미래 먹거리 양대 축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 개발에 올인하는 건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이들은 세계 선두권인 K반도체·배터리를 둘러싸고 포위망을 점점 좁히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펀더멘털은 매우 양호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첨단 미세공정 기술은 단연 독보적이다. 인텔과의 기술격차는 최소 1~2년 이상이라고 한다. K배터리 3사가 가진 배터리 관련 특허만 해도 2만건을 넘는다. 중국 CATL보다 10배 정도 많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은 20년 이상을 배터리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 시장 세계1위로 성장한 과정에는 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자양분이 됐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기업들도 지속적인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미래 시장을 한국기업이 선점할 수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