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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차량용반도체 품귀, 정부가 더 적극 나서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6 17:25

수정 2021.03.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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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측에 생산 물량을 늘려달라고 경쟁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측에 생산 물량을 늘려달라고 경쟁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도요타 등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공장은 아예 멈춰섰다. 우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당초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차량용 대신 노트북·테블릿·가전용 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반도체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원인이다.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차량보다 반도체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보통 차 한 대당 2만~3만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 중 300개 안팎이 반도체다.

여기에 자연재해까지 덮쳤다. 글로벌 차량용반도체 시장 점유율 1·2위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한파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업계 3위 일본 르네사스는 얼마 전 공장에 불이나 정상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이들 3사가 차량용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도 최악의 가뭄으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는 전 세계 차량용반도체 물량 중 70%를 만든다. 현대차·기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재고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당장 4월부터 걱정이다.

차량용반도체는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이 핵심이다. MCU는 차의 두뇌 격으로 수많은 전장시스템을 통제한다. 차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스스로 진단한다. 문제는 업체·차종별로 맞춤형으로 제작돼 다른 제품을 대신 갖다쓸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안전과 성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독일·일본 등은 올 초부터 TSMC가 있는 대만정부에 긴급 SOS를 타전했다. TSMC의 반도체 생산물량을 늘려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1월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생산국 독일의 경제장관이 직접 대만에 서한을 보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최근에야 대만 정부와 접촉하는 등 한 발 처졌다. 차량용반도체는 앞으로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너도나도 전기차·자율주행차 생산에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로 공장을 짓는 건 쉽지 않다. 통상 1~2년이 걸리는 데다 많은 돈이 든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현대차 아이오닉5의 흥행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한국이 차량용반도체 물량 확보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조속히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적극 실행해주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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