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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南北 동시에 겨냥한 美 인권보고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1 18:05

수정 2021.03.31 18:36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서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이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인권 보고서)'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서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이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인권 보고서)'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국무부가 3월 30일(현지시간)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도 언급했지만, 북한 정권을 콕 찍어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신행정부가 인권 외교 공세를 본격화한 셈이다. 문제는 보고서의 한국 편에서 대북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제한 등이 지적됐다는 사실이다.
동맹으로부터 인권 상황을 비판받는 현실이 여간 씁쓸하지 않다.

보고서는 북한 보안부대가 수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며 당국에 의한 불법적이거나 임의적 살해, 강제실종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적시했다. 내용 자체는 전임 트럼프 정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리사 피터슨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회견에서 "인권은 대북정책의 필수적 요소"라고 못 박았다. 바이든 정부가 인권문제를 가급적 거론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법을 찾으려 했던 트럼프 정부와 확실한 선을 그은 셈이다.

그렇다면 핵 동결과 같은 불완전한 비핵화를 미끼로 대북제재를 풀려는 북한의 기도가 먹혀들 여지는 적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 무력으로 통일의 주도권을 쥐려는 망상을 버리지 않는 한 국제고립만 심화될 것이다. 임기 말 문재인정부는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 미련을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신기루 좇는 격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자칫 북핵 해법도 꼬이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간다면 최악의 사태다.

이미 불길한 조짐이 어른댄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권활동가의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는 국무부 보고서를 보라. 피터슨 대행도 이날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가 북한 주민이 아닌 정권만 바라보며 동맹 간 엇박자를 방치해선 곤란하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보여주기식 평화 이벤트에 집착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끌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참석할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동이 민주주의·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동맹'을 재결속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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