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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김상조 파문'으로 드러난 정권의 민낯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1 18:22

수정 2021.04.01 18:22

[서초포럼] '김상조 파문'으로 드러난 정권의 민낯
'김상조 파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의 민낯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 정권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이었다는 사실부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권 핵심 인사들은 평등, 공정, 정의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금과옥조로 받들어 왔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규제 등은 그런 기조하에 추진된 정책들이다. 결과는 어떤가. 대폭 올린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 "자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장담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게 부동산 문제다. 규제 일변도에서 비롯된 부동산 폭등은 벼락거지라는 신조어와 함께 많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다. 정치의 책임윤리가 결과 책임을 의미한다면 낙제점이다. 한마디로 무능함이며 김상조, 장하성, 김수현 등 역대 청와대 정책실장들은 그 중심에 있다. 설익거나 낡았거나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을 붙들고 씨름해 온 게 그들의 공통점이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정책의 부작용과 후폭풍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에 역부족인 인물들을 계속 기용한 인사정책 역시 문제의 근원이다.

조기숙 교수의 말처럼 더 큰 문제는 위선이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해서, 목돈이 필요해서,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이라는 변명이 잇따랐다. 인상률을 5%로 제한한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에 서둘러 전세금 14%를 올린 내로남불이 문제의 핵심임을 피하려는 교묘한 언사였다.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은 아마도 준비된 발언인 모양이다. 임대차법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 역시 법 시행 전 9% 올린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슷한 해명을 한 걸 보면 말이다. 다 낡은 가방을 들고 나타난 김상조식 보여주기 쇼 또한 현 정권의 특기 중 하나다. 문제가 불거지면 사태의 본질에 대한 접근 대신 물타기와 감성팔이 퍼포먼스로 넘어가려고 한다. 김상조 파문 속에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부동산 부패청산'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부동산 이슈는 현 정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부패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강남 집을 비싸게 세 놓고 저렴한 전셋집에 사는 것은 자산증식 방법의 정석이다. 스스로는 이처럼 욕망에 충실하면서 일반인들의 소박한 욕망은 나무라는 정의의 사도들이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다. 모두가 강남 살 필요는 없다고 진지하게 설교한 강남 주민 정책실장도 있었다. 강남에 수십억짜리 집을 소유한 자신이 할 말이 아니라는 사실조차 인식 못하는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자신의 아이들을 용으로 만들려 온갖 꼼수를 동원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개천에서 가재, 개구리, 붕어로 행복하게 살 것을 권유한 민정수석도 있었다.

평소 이들에게 국민은 주권자로서 섬김의 대상이 아니다. 계도와 훈계의 대상이다. 무리하게 용 될 생각하지 말고, 다 강남 살려고 하지 말고, 집 값이 오르면 당연히 세금 많이 내야 하고, 일자리가 없고 전세금 폭등해도 참고 기다려야 하고,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청구나 듣기 일쑤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권 담당자들은 국민의 머슴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생각 속에 없어 보인다. 헌법 제1조를 상기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선거뿐이다. 선거가 없었다면 평소와 달리 전광석화처럼 김상조를 경질하고, 깊숙이 머리를 숙일 리 만무하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한정된 지역이지만 마침 선거가 임박해 있다. 부모가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를 놓치면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권이 잘못하면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도 야단을 맞을 때는 맞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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