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하늘의 분노를 피하고 별을 따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7 20:33

수정 2021.04.07 20:33

[fn광장] 하늘의 분노를 피하고 별을 따려면
선거를 통해 하늘의 별을 따려는 대권주자들에 대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직 검찰총장, 현직 도지사, 전직 국무총리가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뒤쫓고 있다. 바야흐로 국회의장을 지낸 현직 국무총리도 곧 출사표를 던질 모양이다. 하늘의 별을 따려면 정책으로 하늘의 분노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정책이 쏟아졌다. 내년 대선에서도 정책이 쏟아질 것이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정책 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매섭다.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책은 국가의 안보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국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500여년 전에 삶의 이야기를 모은 시경(詩經)에 정책의 엄중함에 관한 글이 소민(小旻)편에 나온다. 다음과 같다.

하늘의 분노가 세상을 뒤덮었지만 정책의 사악함은 언제나 그치려나. 백성에게 좋은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나쁜 일만 도모하는구나. 그 꼴을 보니 속이 다 터진다.

금방 어울렸다가 금방 헐뜯으니 서글픈 일이다. 좋은 정책은 외면하고 나쁜 정책만 골라서 집행하는구나. 그 꼴을 보니 어디에 이를지 알 수가 없다.

거북이도 지쳐서 길흉을 일러주지 않고 모사가 너무 많아서 한 가지도 성공하는 것이 없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그득하지만 책임지려고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구나. 길을 가보지 않고 앉아서 물어보면 바른길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국책을 꾀하는 데에 선인들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 대도를 걷지 않으니 서글프다. 변변찮은 말을 듣고 변변찮은 말로 다투는구나.

마치 지나가는 길손에게 집 지을 일을 상의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비록 국론이 흔들려도 성인(聖人)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도 있다. 백성이 그리 많지 않아도 현철한 사람, 지모가 있는 사람, 정숙한 사람,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있지만, 저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버리면 서로 패망하지 않을까 두렵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지 못하며 강물을 걸어서 건너 갈 수 없다. 사람들은 그 하나를 알고 다른 일은 알지 못하는구나. 깊은 연못가에 서 있는 듯 살얼음을 밟듯 전전긍긍 조심할 일이다.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야 하고,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정책의 작용과 부작용을 사전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2500여년 전에 이미 깨우쳐주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른 정책이 집행된다면 국민들이 전전긍긍하게 삶을 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동맹과 중국·러시아·북한의 혈맹이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밖으로 평화를 말하면서도 안으로 핵무장을 증강하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가 간의 국제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국내의 정당과 정파 간의 이해가 극심하게 엇갈릴수록,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나쁜 정책을 폐기하고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는 인재를 가려 쓸 지인지감(知人之鑑)이 있어야 하늘의 분노를 피하여 별을 딸 수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3개월 전에 미관말직에 있던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을 발탁 천거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의 성찰과 실용의 리더십을 본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