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손상된 생쥐 뇌가 2주만에 회복됐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2:00

수정 2021.04.08 12:00

KIST-경북대 연구진, 손상된 뇌의 복구 메커니즘 발견
'헤빈-칼시온' 단백질 결합이 뇌 회복에 중요한 역할
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뇌졸중이나 외상으로 인해 손상된 뇌를 빨리 회복하는데 새로운 단백질 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제 뇌가 손상된 실험쥐에 염증 억제제를 투여하자 2~3주만에 회복될만큼 뇌 신경세포들이 복구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황은미 박사팀은 융합연구를 통해 손상된 뇌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헤빈(Hevin)과 칼시온(Calcyon)이라는 단백질의 결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황은미 박사는 "손상받은 신경세포가 복구되기 위한 주요 시기에 과도한 염증반응을 조절하거나 염증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성인에서의 외상성 뇌 손상이나 뇌질환에도 관련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팀은 뇌 속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신경교세포의 단백질을 분석했다. 연구 도중 신경재생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이미 알려진 단백질 '헤빈(Hevin)'에 결합하는 새로운 단백질 '칼시온(Calcyon)'을 발견했다.


다음으로 KIST 류훈 박사팀은 외상성 뇌 손상을 가진 환자의 뇌조직으로 실험했다. 그결과 손상된 뇌 조직에는 헤빈-칼시온 결합이 감소돼 있었고, 염증반응이 증가했다.

경북대 의과대학 석경호 교수팀은 뇌가 손상된 실험쥐들을 4주간 관찰했다. 뇌 손상 초기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효소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 효소단백질이 헤빈을 분해해 헤빈-칼시온 결합을 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쥐의 뇌 손상 부위에 염증반응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2~3주만에 회복될만큼 뇌 신경세포들이 복구됐다. 반대로 효소단백질을 추가로 투여한 실험쥐는 회복이 더뎌졌다.

공동 연구진은 또한 "뇌 손상 후 초기 단계때 헤빈-칼시온 결합이 부족하게 되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환자 뇌에서 헤빈-칼시온 단백질 결합(붉은 점)이 감소했다. KIST 제공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환자 뇌에서 헤빈-칼시온 단백질 결합(붉은 점)이 감소했다. KIST 제공
이 연구는 새로운 단백질간 결합을 발견한 KIST 황은미 박사팀과 인간 외상성 뇌 손상을 연구해온 KIST 류훈 박사팀, 다양한 동물모델에서의 염증 연구를 해온 경북대 석경호 교수팀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5년간 지속해 온 융합연구의 결과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세포의 죽음과 분화(Cell Death & Differentiation'의 3월 22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뇌졸중과 외상 등에 의해 뇌가 손상된 환자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어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성인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들보다 뇌 손상의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디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학계에서는 성인의 뇌에는 뇌 기능을 복구할 수 있는 여분의 신경줄기세포가 어린아이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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