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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나비효과'… AA급 우량채도 자금 조달 쉽지 않다 [자금조달시장도 금소법 불똥]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8:20

수정 2021.04.08 18:20

고객 판매 절차 까다로워지며
금융사 채권물량 소화 어려워져
우리·KB금융지주 영구채
금소법 시행후 수요예측 줄어
금소법 '나비효과'… AA급 우량채도 자금 조달 쉽지 않다 [자금조달시장도 금소법 불똥]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금소법으로 인해 영구채,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매수 절차가 까다로워져 일부 금융사,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 시장에서 기관들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금소법 시행으로 증권사, 은행 창구에서의 영구채, 비우량채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게 되면 증권사(리테일 부문)와 은행(신탁 부문)에서 사들여 각 사 창구에서 고객에게 판매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금소법 시행으로 채권 가입 절차도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창구에서 회사채를 팔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등 금융사가 해당 채권을 인수해도 물량 소화가 안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채권 시장은 우리금융지주 영구채 수요예측 결과에 주목했다. 금소법에 따른 투심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소법 시행 직후인 지난 3월 30일 영구채 1500억원 모집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매수주문은 목표치 이상의 자금(229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시장에선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 영구채(5년물 콜옵션 조건) 발행 금리도 연 3.15%로 다소 높게 결정됐다.

이는 금소법 시행 전 진행된 KB금융지주 영구채 수요예측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KB금융지주가 지난 2월 3500억원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약 3.2배인 1조1040억원의 기관 매수가 들어왔다.

해당 영구채에는 5년·7년·10년 3가지 형태의 콜옵션이 부여됐는데 각 콜옵션에는 2.67%, 2.87%, 3.28%의 금리가 적용됐다.

수요예측에 몰린 기관 자금 규모도 몇 배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같은 조건(5년 콜옵션) 기준으로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영구채 금리는 55bp(1bp=0.01%포인트) 차이가 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후순위채에 속한다. 이에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위험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는 후순위 조건으로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면서 "그러나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의 영구채 신용등급은 AA급으로 우량하다. 우량채임에도 불구하고 금소법 때문에 금융지주의 영구채 투심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구채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꾀하려는 금융지주와 은행, 지급여력(RBC)비율을 관리하려는 보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조달 수단이다. 금융사들의 재무구조 지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채권시장에서의 '금소법 나비효과'는 이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구채뿐만 아니라 비우량채 투자도 까다로워지면서 채권시장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에 맞는 보완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행위금지·허위과장광고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금소법을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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