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김태현, 게임하며 알게 된 큰 딸과 3번 만남.."차단당하자 분노"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9 13:03

수정 2021.04.13 23:49

김태현, 큰 딸 A씨 지난해 게임하며 처음 알게 돼
"게임하며 마음 잘 맞아..호감가져"
지난 1월 처음 만나 PC방 게임
세 차례 만남이 전부..말다툼 이후 차단당하자 
일주일 전부터 범행 계획..살해방법 검색 등
퀵서비스기사 가장..."필요시 가족 죽일 수 있다 생각"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태현(25)은 피해자 큰 딸 A씨를 단지 세 번 만난 이후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태현은 A씨의 가족을 살해한 경위에 대해 "피해자를 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주거지를 찾아 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이르기까지 단 세 차례 만남
경찰은 9일 오전 김태현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한 이후 노원경찰서 강당에서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태현과 피해자 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태현과 큰 딸 A씨는 연인관계가 아니었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처음 만나 11월 경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채팅과 음성통화를 하며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월 초 처음 만났고, 범행에 이르기까지 김태현과 A씨가 오프라인 상으로 마주한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이 피해자와 오프라인상에서 처음 만난 것은 1월 초"라며 "당시 강북구 소재 PC방에 게임을 하러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1월 중순에 한 차례 더 만났고, 같은 달 23일에 함께 게임을 하는 지인 2명과 함께 4명이서 저녁식사를 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태현이 A씨를 게임을 하며 만났을 때 팀으로 게임하며 마음이 잘 맞았다는 진술이 있었고, 카카오톡 등 을 주고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귀진 않았지만 여자친구 관계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호감의 정도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락 차단당하자 분노·배신감 들었다"
경찰은 김태현이 저녁 식사자리에서 A씨와 말다툼을 한 것을 사건의 발단으로 봤다. A씨는 김태현과 다툰 이후 지난달 24일에 김태현에게 "집에 더 이상 찾아오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 말한 뒤 김태현을 차단했다.

김태현은 "A씨를 만나려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고 그 이유도 알고 싶어 집을 찾아가고 연락도 취했으나 A씨가 자신을 차단해 화가 나고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김태현은 범행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결심하고 준비한 시점은 범행 일주일 전부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현은 이 기간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인터넷 상에 '급소' 등을 검색하며 범행을 계획했다. 아울러 큰 딸 A씨의 근무일정도 알아내는 등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세웠다.

김태현은 평소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닉네임도 바꾼 뒤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서 범행 당일인 23일 근무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씨를 살해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주거지를 찾았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범행 당일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세 모녀의 주거지를 찾아간 김태현은 A씨의 여동생이 문을 열자 곧바로 집안으로 진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달 26일 오전 세 모녀가 숨진채 발견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6일 오전 세 모녀가 숨진채 발견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있다. /사진=뉴스1

스토킹법 시행 전..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
경찰은 김태현에 기존 살인 혐의를 비롯해 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연락처를 변경하는 시점까지 김태현이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연락을 시도하는 등 정황은 다수 보였다"며 "명시적으로 더 이상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 같은 행위가 이어졌기 때문에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나 스토킹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이라 그 법은 적용하지 못하고 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을 적용해 송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김태현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한다. 경찰은 지난 이틀간 김태현을 상대로 진행한 면담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나오면 이를 재판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가 맞다"며 "현행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선에서 송치했고, 검찰 송치 이후에도 영장집행을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해 여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아파트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직전 언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노원구 아파트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직전 언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담담한 표정..무릎꿇고 사죄 "어머니 볼 면목없어"
이날 오전 김태현은 마스크를 벗고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범죄 피의자로서 포토라인에 섰지만 바닥을 응시하거나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검정색 후드짚업에 검정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목에 자해 상처를 가리기 위해 흰 붕대를 감은 채 포토라인에 선 김태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에 일일히 답변 못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양해를 구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경찰 관계자에 "잠깐 팔을 좀 놔주실 수 있냐"고 한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숨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진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태현은 이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냐'는 취재진의 요청에 잠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턱수염을 기른 김태현은 고개를 들고 덤덤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응시했다. 입술이 마르는지 연신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취재진이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 없냐'고 질문하자 허리를 굽힌 채로 "면목이 없다, 솔직히"라고 말했다.

김태현은 '스토킹 혐의 인정하냐', '범행 계획은 언제부터 세웠냐', '왜 자해했냐', '범행 후 3일간 뭐했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호송차량에 올랐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