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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컨더리 보이콧' 꺼낼라… 미얀마 진출 韓 금융·에너지기업 초비상 [글로벌 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1 17:33

수정 2021.04.11 17:33

바이든 정부, 추가 제재 가능성
미얀마 땃마도(군부)에 대한 서방 각국의 제재가 쏟아지면서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땃마도는 서방과 거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이 미미할 전망이나 서방과 땃마도 모두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자칫 제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과거 땃마도 때문에 대규모 미얀마 제재를 가했던 미국은 2016년에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이 본격적으로 국정을 이끌자 제재를 대부분 해제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쿠데타 발생 열흘째인 2월 10일 행정명령을 발동해 앞으로 땃마도에 대한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포함해 땃마도 주요 인사 및 가족 12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동시에 미얀마경제지주사(MEHL), 미얀마경제공사(MEC), 미얀마 국방부, 미얀마 내무부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고 미얀마에 제공하던 경제 원조액 일부를 용도변경했다.
아울러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29일 발표에서 2013년 미얀마와 체결한 무역투자협정(TIFA)을 중단하고 미얀마에 부여했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재승인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고 밝혔다. 8일에는 국영 보석기업을 제재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달 제재에 나섰다. EU는 흘라잉 포함 땃마도 중역 11명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하고 제재 대상의 EU 자산을 동결했으며 EU 시민 및 기업과 거래를 금지했다. 영국도 MEHL과 거래를 금지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6일 발표에서 땃마도 관련 기업에 대한 EU 차원의 추가 제재가 곧 나온다고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얀마에 최루탄 등 군용물자 수출 및 국방·치안 분야 교류협력을 중단하고 개발협력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제재는 미얀마와 서방 기업들 사이의 거래량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에 땃마도 제어에 큰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얀마에는 268개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이 가운데 100개가 봉제업체다. 해당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미얀마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 다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제재는 GSP 철회다. GSP는 미 정부가 신흥시장 국가의 수입품에 무관세 혹은 저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얀마의 경우 2016년부터 GSP를 적용받아 약 5000개 품목이 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미 정부가 추가 제재로 GSP 철폐를 꺼내든다면 미얀마 내 한국 봉제기업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이다. 미 정부는 과거 이란을 제재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까지 함께 제재했다.
미얀마 금융 및 천연자원 산업이 대부분 땃마도와 연관되어 있는 만큼 미국이 3자 제재에 돌입한다면 과거 수십년에 걸쳐 미얀마에 터전을 닦았던 한국 금융사 및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금융사들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졌으며 원리금 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3자 제재 발동 시 사업 철수까지 검토 중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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