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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G·SK 배터리 타결, 초격차 기술만이 살 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1 18:00

수정 2021.04.12 09:40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0일 지루한 배터리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0일 지루한 배터리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분쟁이 2년 만에 종식됐다. 양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11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아직 합의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협상에서 LG가 3조원, SK가 1조원을 주장해온 만큼 중간선인 2조원 안팎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합의로 세계 배터리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K배터리의 위상을 위협하는 요인이 해소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가 되고,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과 특허 분쟁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SK가 총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배터리 분쟁은 지식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순기능도 있다. 국내에선 영업비밀과 특허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가가 너무 컸다. 양사가 그동안 쓴 소송·로비 비용은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가는 더욱 크다.

최근 1~2년 새 세계 배터리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배터리 1위 중국이 질주하는 가운데 테슬라(미국), 폭스바겐(독일) 등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잇따라 선언했다. 유럽에선 국가전략 차원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올 들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29%로 작년보다 10%포인트 이상 쪼그라들었다.
반면 중국은 약 44%로 늘었다. 급변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한국산 배터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중재가 작용했다. 대승적 결단을 내린 LG엔솔·SK이노 양사가 하루속히 앙금을 풀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기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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