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도체 리더 자존심 지킨다"… 美·中 패권전쟁에 '역대급 투자' [삼성 초격차 50조 투자]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2 17:00

수정 2021.04.22 18:35

메모리, 시장점유율 갈수록 하락
파운드리, TSMC와 격차 벌어져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흔들'
글로벌반도체 경쟁 속 반전 노려
삼성전자가 평택 3공장(P3) 투자를 공식화한 것은 더 이상 지체하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시장의 리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동안 견고했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가 거듭되고,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선 1위 대만의 TSMC에 막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메모리 후발주자에 쫓기는 게 자존심 상한다"면서도 "TSMC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말도 나온다. 총수 부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역대급 투자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후발주자들 약진에 긴장

22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램 점유율은 2016년 48%에서 5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43.1%로 뚝 떨어졌다. 반면 2위 SK하이닉스는 26%에서 27.7%로 미미하지만 덩치를 키웠다.
낸드플래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7년 40%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30%대 초반으로 줄곧 하락세를 탔다. 삼성을 바짝 쫓아오는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이 조금씩 점유율을 늘려온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선 1993년부터, 낸드는 2002년부터 아직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언제까지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내부에선 메모리 3위 업체 마이크론에 기술 초격차를 당했다는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 176단 이상 3D 7세대 V낸드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기면서다. 여기에 올해 초 세계 최초 4세대 1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면서 삼성맨들은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낸드는 인수합병(M&A) 시장의 합종연횡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크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물밑에서 업계 2위 키옥시아 인수전에 뛰어들며 삼성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에 나서며 마무리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1위 TSMC와 격차 확대

2030년까지 133조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을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파운드리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도 매출이 늘고 있으나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017년 676억달러(약 75조5362억원)에서 지난해 854억달러(약 95조4259억원)로 26%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6~18%로 정체 상태다. TSMC는 매년 상승세를 타며 50%에서 55.6%로 더 커졌다.

좁혀지지 않는 격차에 삼성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에서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를 다 잘하려다 보니 직원 개인이 치열한 각개전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삼성맨도 적지 않다.

실제로 파운드리 사업만 집중하는 TSMC는 직원이 5만명에 달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인력은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입사한 신입과 경력사원 대부분을 평택의 파운드리 라인으로 보내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가뜩이나 밀려드는 주문에 인력 부족으로 급하게 납품을 하다 보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은 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TSMC의 1000억달러(약 113조원) 투자 결정과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은 삼성을 더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규모 반도체 투자 결정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선제적인 극자외선(EUV) 장비 투입과 증설 등 투자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쟁력에 대한 의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1@fnnews.com 김서원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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