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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ESG 채권, 라임·옵티머스 되지 않도록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8 18:00

수정 2021.04.28 18:00

[fn광장]ESG 채권, 라임·옵티머스 되지 않도록

분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이 2018년 1조5000억원에서 2020년 39조3000억원으로 3년 동안 무려 26배 급증했다. 이에 신용채 발행시장에서 ESG 채권 비중도 2018년 0.04%에서 2020년 16%로 증가해 자금조달에서 ESG 채권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공기업과 은행 중심으로 발행되었으나, 일반 기업과 제2금융권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ESG 투자 확대라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ESG 경영활동을 부각하는 경영 의도로도 파악된다.

이러한 ESG 채권은 투자자 관점에서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ESG 등급이 높을수록 신용등급도 높아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운용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하기로 발표하는 등 ESG 채권에 대한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기대 수익률도 높아졌다. ESG 투자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 된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정부의 뉴딜 정책과 바이든 신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 국내외 정치 환경까지 더해져 ESG 채권 발행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에 투자자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기업을 식별할 수 있도록 목적 적합하고 충실한 ESG 공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을 되돌아보자. 펀드 고객들이 운용사의 영업보고서 등을 통해 원할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동성 훼손 가능성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 환상'이 일어났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의 영업보고서는 123쪽에 달했지만 펀드의 유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전무하였으며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투자신탁금액이 5,000,055,360,290원이라는 단 한 줄만 공시되었을 뿐이다.

특히 국내 증권업계의 ESG 채권 발행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ESG는 무형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고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점에 유의해서 ①ESG 채권의 적격성 ②기준 및 등급평가 ③사후평가에 대한 공시제도가 시급히 강화·관리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ESG 채권 발행은 외부평가와 자금사용 현황 및 환경적·사회적 효과에 대한 사후보고라는 추가적인 절차를 요구함에도 그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적격의 정보가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 가령 친환경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저리로 자금을 빌려줬는데 다른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ESG 채권 발행 사후보고서의 질적 수준과 공개 방법이 기업마다 달라 정보 유용성의 핵심인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ESG 채권의 그리니엄(그린+프리미엄)이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발행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ESG 채권을 발행하려는 최악의 기업사례는 그린워싱이다.
이로 인한 'ESG 환상' 리스크가 투자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ESG 채권의 사전·사후 공시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ESG 등급이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라면 평가기관에 대한 적정한 규제와 감독 수준도 검토돼야 한다.
라임과 옵티머스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또 하나의 정책이 탄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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