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극적인 가사는 나라 전체가 비상병동으로 변해버린 인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현재 감염양성률이 미국은 약 7%, 영국은 0.2% 그리고 인도는 25%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양성률이 5% 미만이어야 전염병이 통제 가능한 범주에 있다고 본다.
3개월 전 필자는 이 칼럼에서 인도의 코로나 백신개발, 대량생산과 백신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당시 인도는 백신접종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가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협력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일조했다. 물론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 초까지 인도의 코로나 사정은 생각보다 양호했다. 그러나 비극의 원인은 2차 대유행과 변이의 존재를 간과한 것에 있다.
물론 모든 준비를 다 갖춘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변이를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문제가 더 악화된 원인은 온전히 과학과 통계에 기반된 결정을 하지 않고 정치와 과학을 결합한 것이다. 인도는 영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백신을 보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소식이 필요했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지역봉쇄와 인구이동에 대한 제한을 푸는 것에 집중, 결국 지난 1월부터 봉쇄를 서서히 풀었다. 물론 인도 내에서 명절, 축제, 종교행사, 선거유세를 하는 것에 대해 수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지만 빠른 백신 도입이라는 일시적 승리에 도취한 이들은 이를 등한시했다. 결국 백신을 확보하고 순차적으로 접종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2차 대유행과 변이의 존재를 오판했다. 현재 인도는 시장에서도 백신을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변이의 확산은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초기 대응에 실패했지만 그 두 나라는 각자의 오답노트를 해외 케이스들과 비교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했다. 또 다른 대유행을 앞두고 인도를 비롯해 일본, 한국 등이 다시금 어려운 기로에 섰다. 인도의 비극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유리한 상황에서도 잘못된 수를 두면 국가가 겪게 될 운명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일시적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조차 악화시키고 말았다. 불확실한 위기를 맞았을 때야말로 달콤한 언사보다 정보의 투명성과 객관적 접근방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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