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잊은 한강공원 '술판'…야외방역 강화 효과있나?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4 13:16

수정 2021.05.04 14:39

북적이는 한강공원…'방역 무시' 술자리도
서울시, 야외공간 집중단속 진행
전문가 "시민들 확산세 체감하지 못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진=윤홍집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많은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시가 야외 공간에 대한 방역수칙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한강공원은 여전히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마스크를 벗거나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방역 고삐를 느슨히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 시내를 둘러보면 시민들의 경각심이 얼마나 풀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며 "현재 확산세를 고려하면 1,000여명대 확진자도 멀지 않았는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불티나게 빌려 가는 돗자리
4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는 야외 공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야외 모임이 늘고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잇따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점검 기간에는 질서유지 요원을 추가 배치해 집중 단속하고, 계도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한강공원 등 야외로 몰리는 모양새다. 최근 한강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휴일이었던 지난 2일은 올해 가장 많은 시민들이 한강공원을 찾았다.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센터는 이날 하루 동안 약 12만명의 시민들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방역지침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외면받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5인 이상 모여있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테이블에는 거리두기를 위해 '착석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앉는 경우도 있었다.

한강공원에서 돗자리와 담요를 대여하는 60대 라모씨는 "날씨가 따듯해질수록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우리한테만 담요를 빌려 가는 사람이 60명이 넘을 정도다. 방역조치로 놀만 한 곳이 없다 보니 한강으로 모이는 듯하다"고 전했다.

한강에서 열린 '술판'은 늦은 저녁까지 지속됐다. 마스크를 벗은 젊은이들은 다닥다닥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영업금지 시간인 밤 10시까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한강을 찾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강공원을 찾은 20대 박모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평일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주말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이정도면 공원운영 시간을 조절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텐트를 설치한 시민들. /사진=윤홍집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텐트를 설치한 시민들. /사진=윤홍집 기자

■제한된 인력으로 통제 한계…단속 강화 효과는?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에는 단속 공무원 10명과 공공안전관 21명, 사업본부 직원 4명이 투입돼 방역조치 위반 사례를 단속하고 있다. 단속 공무원은 당초 오후 8시까지 근무했으나, 점검기간에는 오후 11시까지로 3시간 연장근무하고 있다.

공공안전관 21명은 5인 4개조로 24시간 주·야간 순환근무를 하고 있지만 해당 인원으로 드넓은 여의도 일대를 모두 살피는 것은 어렵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현행 방역수칙에 따라 단속사항은 마스크 미착용과 5인이상 모임금지, 2m 거리두기만 해당되고, 10시 이후 술자리에 대해선 제재할 수 없다.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센터 관계자는 "한강 내부 매점에서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 정도만 판매하고 있으나 외부에서 독한 술을 사가지고 한강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며 "오후 10시에 술집 영업이 중지되면 2차로 한강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10시 넘어서 공원에서 술자리를 갖는다 해도 제한할 수 없다. 심야시간대에도 단속 인력을 가동하고 있지만 공원이 너무 넓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교수는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에 들어선 지 오래인데도 방역수칙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원칙을 무시하는 일관성 없는 조치가 국민들의 경각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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