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자 던지고 폭언 이어지는 공무현장...'악성민원' 시달리는 공무원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6 15:03

수정 2021.05.06 19:06

지난해 악성민원 4만6079건..전년比 19.7%↑
악성민원인에 직원 다쳐도 '쉬쉬'
정부, CCTV·비상벨 등 대책 마련했지만
일선 현장에선 악성민원 오히려 증가세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악성민원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악성민원 건수는 4만6000건을 넘어섰다. 정부가 악성민원 건수를 집계한 이래 최고 수치다.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서는 민원인이 직원을 향해 폭언은 물론 의자를 던지는 등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악성민원에도 친절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자 던져도 고개 숙여야 했던 공무원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고성을 동반한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국민연금공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직장인은 지난달 27일 "민원인이 오늘 직원한테 의자를 집어던졌다"며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현행법상 악성민원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초범도 아니고 전과가 있다 하더라도 처벌이 약해 해결 방법이 없다"며 "회사에서는 쉬쉬하기만을 바라고 직원 안전같은 건 관심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생기면 공단이 직접 민원인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해야 하는데, 직원 개인이 처리하도록 하거나 심지어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잘못된 일이 벌어지는데 안 시끄러워지기만을 바라는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준정부기관 최초로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기관' 인증을 받았다. 직원보호 안전매뉴얼 제작을 통해 감정노동자 보호 인식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달랐다. 또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A씨는 "전혀 감정노동자로서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민원인이 의자를 집어던져 집기가 부서지고 직원이 다쳐도 악성민원인에게 '빠르게 처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곳"이라며 "고객만족도 때문에 민원인한테 살살 기라고 하거나 똑같은 일로 반복해서 민원제기 하는 것도 막지 못해 매번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해당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해 사건을 경찰에 인계했고, 타박상을 입은 직원은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며 "사건에 대해 절대 방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 내 발생 악성민원 연간 추이
(건)
년도 악성민원 건수
2020 46,079
2019 38,054
2018 34,484
(행정안전부)

대책 마련에도 악성민원 건수 지속 증가세
악성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공공기관은 비단 국민연금공단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악성민원은 4만6079건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이들 악성민원인의 위법행위 유형은 폭언, 협박, 폭행, 성희롱, 기물파손, 위험물 소지, 업무방해 등이다.

이 같은 악성민원 건수는 지난 2018년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8년 3만4484건에 이르던 악성민원 건수는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 설치 등 조치를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언, 폭행 등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대민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 가운데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례도 잇따랐다. 한 민원담당 공무원은 "악성민원인때문에 스트레스로 안면경련이 왔다"며 "심장이 뛰고 숨이 안쉬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들 악성 민원인을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경찰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민담당 공무원은 "악성민원 대부분 법적으로 처벌하기 모호한 경우가 많다"며 "악성민원을 근절할 수 있는 악성민원에 대한 처벌법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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