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가상자산, 세금에 앞서 제도 정립부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5 18:15

수정 2021.05.05 18:15

[fn광장] 가상자산, 세금에 앞서 제도 정립부터
정부는 2022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뺀 나머지 이익의 22%를 분리과세한다는 기존 과세계획을 그대로 강행할 뜻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형평상 과세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방침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무엇을 했다고 과세부터 하냐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에 앞서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 규제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투자자의 입장이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이고,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닌 무형의 자산이라며, 금융투자자산으로 제도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자산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분류해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육성법에서 정한 금융투자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자본법상 규제나 보호의 대상도 아니며, 현재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법상에 신고된 거래소에서 거래하도록 돼 있어 절반 정도는 제도화돼 있다고 강변한다. 요약하면, 가상자산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투자자는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금년 4월 합법적 가상자산 거래소의 총거래액은 3월 대비 49% 증가한 1조5800억달러(약 1765조원)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개설된 계좌 수가 9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4월 15일 일일 기준으로 약 216억3000만달러(약 24조원)로 국내 주식투자와 해외투자를 합한 금액 21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열기는 시중은행의 자금 이동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원으로 지난 3개월 새 52조원이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도 142조원으로 3월 말보다 약 7조원이 늘어났다. 가상자산 가격은 하룻저녁에 몇 십%씩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등 변동성이 주식보다도 훨씬 더 높아 가상자산 급락 시 예상되는 투자자의 손해와 충격은 예측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과열돼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많은 투자자가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사기 등 혐의를 받는 국내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에 경찰이 수사에 나서 2000억원을 동결했다.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대해 수수방관하면서 투자자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부과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탈피하고 '보호'와'규제' 여부에 대한 방향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주무부처를 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투자자가 절대 곰은 아니지만 정부가 몰염치한 왕서방이 돼서는 안된다.


가상자산 투자자 상당수는 20~40대에 이르는 젊은 연령층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좌절된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탈출구가 변동성이 극히 높은 위험천만한 가상자산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물쭈물하는 정부와 정치권 대응을 믿지 말고 투자자 스스로 냉철한 이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