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대선까지 1년… 정치로 물드는 금융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5 18:15

수정 2021.05.05 18:15

[김규성의 인사이트] 대선까지 1년… 정치로 물드는 금융
대선 인물탐구 'OOO의 사람들'류의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4월 27~29일 여론조사 결과다. 레임덕으로 접어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진 것이다. 대통령선거는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정치의 시간'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선은 블랙홀이다. 대선에 임박한 정치권은 '민심 수렴과 조정'이라는 역할론을 앞세워 민간영역을 침범하고 정부를 압박해 표를 끌어모으려 한다. 부동산, 주식에 이어 가상자산이 최근 정치의 타깃이 됐다. 주식은 지난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공매도 문제가 '표'로 탈바꿈한 '정치화' 전례가 있다.

정치권의 행보는 예측불허다. '4·7 재보선 결과'에 정치권은 안달복달이다. 대선 캐스팅보터로 부상한 '2030 청년층' 지지를 얻겠다며 거칠게 쏟아내는 멘트들이 조급증의 실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가상자산에 대해 "성격 규정이 우선인 만큼 스터디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 지 하루 만에 "합법적 경제활동"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대안 제시를 못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표를 의식한 정치권 압력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의 시간' 때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정치금융'이다. 과도한 정치논리에 뒤덮인 금융 말이다. 조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4월 22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빚 탕감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발의된 법안 내용은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소득이 급감한 사업자는 은행에 대출 원금감면이나 상환연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은행에 감면 명령을 내렸는데 은행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걸음 더 정치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것도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8일 "코로나 위기 전후로 경제활동을 통해 부도나 신용불량에 빠진 사람들의 전면적인 신용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의 '신용 대사면' 카드다. 재원은 한은법을 개정해 발권력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복안으로 알려졌다.

정치화된 금융은 온정적이다. 용어는 감성적이다. 가난한 이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한다. 포용도 내세운다. 시장원리를 대놓고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만든다.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관여는 정당성이 인정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치라는 보이는 손이 시장 논리를 휘젓는 사례가 반복되면 금융시스템은 망가진다. 만약 은행빚 탕감법이 시행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은행은 저신용자를 처음부터 대출시장에 진입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서민에게 은행 문턱은 높아지고 제2금융권, 나아가 사채시장으로 내몰린다. 온정주의가 거꾸로 '금융 소외 강화'라는 시장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까지 국정은 일관성, 우선순위, 재정고려 등 보다 표심을 우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치경제학자 앤서니 다운스가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에서 제기한 '(정치의) 득표극대화' 전략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금융, 나아가 경제정책 전반의 정치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생명이다.
정치가 시장을 과도하게 잠식하면 금융은 왜곡된다. 최대 피해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입게 된다.
정치의 시간 1년을 경계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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