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이다미가 앤 블린, 그 자체였다는 말 듣고 싶어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6 15:00

수정 2021.05.06 15:00

오페라 '안나 볼레나' 주역 소프라노 이다미 
소프라노 이다미 /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이다미 /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공연이 끝난 뒤 소프라노 이다미가 앤 불린, 즉 안나 볼레나 그 자체였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찬란한 햇살로 생의 기운이 가득한 계절에 빛을 잃은 영국 왕비의 슬픈 삶과 사랑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사랑의 묘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의 여왕 시리즈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그의 명성을 알프스 넘어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까지 미치게 한 작품 '안나 볼레나'가 오는 29~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춘의 설움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전한다.

사실 이 작품은 오페라 마니아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이 초연한 이후 6년만에 다시 올리게 됐다. 주인공은 영화 '천일의 앤'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헨리8세의 두번째 왕비로 영국이 가톨릭에서 영국국교회(성공회)로 전환하게끔 한 인물이다. 남편의 사랑이 자신의 시녀 제인 시모어에게 옮겨갔음을 알게 된 뒤 비참하게 버림받고 결국 참수형을 당한 앤 불린은 오페라에서 이탈리아식 발음을 따라 '안나 볼레나'가 됐다.


오페라 '안나볼레나' 포스터 /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안나볼레나' 포스터 /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이 비운의 여주인공 역에 낙점된 소프라노 이다미를 지난 3일 서울 우면동 라벨라오페라단에서 만났다. 이다미는 "이 오페라의 아리아 중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는 리릭 소프라노라면 안 불러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었다"며 "학생 때부터 이 곡을 듣고 공부해왔지만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은 주위에도 정작 많이 없어서 언젠가는 한번 꼭 이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작품 공부에 여념이 없었던 이다미는 "음악 연습에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테크닉적으로 어려웠다"며 "'나비부인'은 소리를 내지르며 울분을 토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형적인 벨칸토 오페라여서 절제된 음 안에서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 엄청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다미는 "재작년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에게 '앤 불린의 딸 주제에 네가 날 모욕하냐'고 욕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가 그 앤이 되어보니 그녀의 삶이 또 처연하고 불쌍하더라"며 "왕의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을 잃어도 반항하지 못하고 수긍해야 하고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하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관점에서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이 주목해 봐야 할 장면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다미는 "안나 볼레나의 아리아를 비롯해 마지막 처형 직전에 광기에 서려 부르는 노래, 2막의 첫 부분에 시녀 시모어와의 듀엣곡 등 주옥같은 장면과 노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하던 시절 라 스칼라 극장 꼭대기 자리 난간에 매달려 정명훈이 지휘하던 오페라 '라보엠'을 보고 오페라 가수의 꿈을 꾸게 됐고 결국은 그 꿈을 이루게 됐다는 이다미는 "오페라의 재미는 사전에 얼마나 공부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강의 줄거리라도 한 두번 읽고 오시면 더욱 재미있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