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안나 볼레나' 주역 소프라노 이다미
찬란한 햇살로 생의 기운이 가득한 계절에 빛을 잃은 영국 왕비의 슬픈 삶과 사랑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사랑의 묘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의 여왕 시리즈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그의 명성을 알프스 넘어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까지 미치게 한 작품 '안나 볼레나'가 오는 29~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춘의 설움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전한다.
사실 이 작품은 오페라 마니아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이 초연한 이후 6년만에 다시 올리게 됐다. 주인공은 영화 '천일의 앤'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헨리8세의 두번째 왕비로 영국이 가톨릭에서 영국국교회(성공회)로 전환하게끔 한 인물이다. 남편의 사랑이 자신의 시녀 제인 시모어에게 옮겨갔음을 알게 된 뒤 비참하게 버림받고 결국 참수형을 당한 앤 불린은 오페라에서 이탈리아식 발음을 따라 '안나 볼레나'가 됐다.
최근 3개월 동안 작품 공부에 여념이 없었던 이다미는 "음악 연습에 막상 들어가니 생각보다 테크닉적으로 어려웠다"며 "'나비부인'은 소리를 내지르며 울분을 토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형적인 벨칸토 오페라여서 절제된 음 안에서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 엄청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다미는 "재작년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에게 '앤 불린의 딸 주제에 네가 날 모욕하냐'고 욕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가 그 앤이 되어보니 그녀의 삶이 또 처연하고 불쌍하더라"며 "왕의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을 잃어도 반항하지 못하고 수긍해야 하고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하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관점에서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이 주목해 봐야 할 장면을 꼽아달라는 말에 이다미는 "안나 볼레나의 아리아를 비롯해 마지막 처형 직전에 광기에 서려 부르는 노래, 2막의 첫 부분에 시녀 시모어와의 듀엣곡 등 주옥같은 장면과 노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하던 시절 라 스칼라 극장 꼭대기 자리 난간에 매달려 정명훈이 지휘하던 오페라 '라보엠'을 보고 오페라 가수의 꿈을 꾸게 됐고 결국은 그 꿈을 이루게 됐다는 이다미는 "오페라의 재미는 사전에 얼마나 공부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강의 줄거리라도 한 두번 읽고 오시면 더욱 재미있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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