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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20대가 지지해야 할 이유, 한가지라도 대봐라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6 18:00

수정 2021.05.06 18:00

[강남시선] 20대가 지지해야 할 이유, 한가지라도 대봐라
공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 30세 때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다. 30세 이후에는 10년 단위로 각각 그것에 걸맞은 이름을 붙였지만 유독 20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지만 그렇다고 자립하기에도 이른 나이가 20대다. 지금의 20대는 오로지 취업시험이나 자기밖에 모르는 '젊은 늙은이'로 인식되고 있다.

20대 문제는 모든 세대의 문제로 인식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세대 간 소득격차의 문제인데도 마치 20대가 문제란 식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숙련노동자 한 사람을 길러내는 데 긴 시간이 요구되는 지금의 20대와 그 이전의 20대는 생물학적 연령은 같다고 하더라도 각각 처해진 환경과 조건이 전혀 다르다. 지금의 20대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촛불집회, 정권 교체, 빈부격차 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내몰린 존재들이다.

20대가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는데 어느덧 핵심 이반(離反) 세력이 된 것이다. 왜 그럴까. 남에겐 "개천에서 개구리, 가재, 붕어로 살라"고 하면서 자기 자식을 위해선 온갖 탈법과 반칙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정권의 위선에 20대들은 경악했을 것이다. 집값을 역대 최악으로 올린 정권은 입만 열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 국회의원 등은 뒤에서 땅 투기를 하고 있었음이 LH 사태로 드러났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 소득 주도 성장, 비정규직 제로 등 이념실험을 고집하더니 처참한 고용참사를 빚고 말았다. 일자리 감소의 부작용은 20대 청년층을 직격하고 있다. 20대가 현 정권의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20대 청년들은 증시와 암호화폐 등 고위험 투자에 왜 들어간 것일까. 1차 원인은 잇단 헛발 주택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한 데 있다.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벼락거지' 위기감을 느낀 2030세대가 주식을 거쳐 암호화폐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다.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결혼이며 출산이 과연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고, 그만큼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의 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틀어막힌 데 따른 후폭풍이 이렇듯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20대에게 정권 지지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4년 동안 해온 것을 보면 20대에게 욕먹을 일만 있다. 20대들은 말한다. 왜 20대가 정권을 지지해야 하는지 이유를 하나라도 대보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인 20대의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거공간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줘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양보가 필요하고, 실효성 있는 주택정책이 작동해야 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과 기업이 상호 충돌하는 게 아닌 만큼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필요하다면 공공부문에서 시행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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