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 탕감·신용 사면… 금융 흔드는 票퓰리즘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9 18:25

수정 2021.05.09 18:25

선심성 정책 쏟아내는 與
대출 감면에 신용점수 회복까지
코로나 피해 中企 지원 취지지만
시중은행들은 부실 떠안는 셈
정부 부채관리 정책과도 엇박자
빚 탕감·신용 사면… 금융 흔드는 票퓰리즘
정치권이 '빚 탕감' '신용 회복' 등 선심성 법안이나 제안을 마구 쏟아내 '금융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이 쏟아내는 포퓰리즘성 금융 법안이나 제안들은 정부의 금융정책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금융 현장에 혼란을 낳고 있다.

9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4월 이후 여권 인사들의 법안발의와 공개제안 등을 분석한 결과 △은행빚 탕감 △신용불량자 사면 △소외계층에 저리장기대출 △한국은행 책무에 고용안정 추가 △청년층 주택담보인정비율(LTV) 90%로 상향 등이 주를 이뤘다.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2030세대나 중기·소상공인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가계부채관리방안과 정면 상충되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선심성 제안에 은행부실 위험

눈에 띄는 이슈는 민형배 의원의 이른바 '은행빚 탕감법(은행법 개정안)', 윤호중 의원의 '경제 대(大)화해' 제안이다.
은행빚 탕감법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 대출 원금을 감면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제 대사면은 신용불량자의 경우 신용점수를 회복시켜주자는 취지로 윤 의원이 제안했다. 어려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금융권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부실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영 방향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의지에 따라 시중은행은 특히 중기·소상공인들의 원금상환과 이자유예를 6개월씩 3차례 연장한 바 있다. 은행빚을 줄이거나 신용을 회복시켜줄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 2건(고용진 의원·양경숙 의원)도 논란을 낳고 있다. 양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한은의 책무에 고용안정을 추가토록 했다. 고용진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한은이 매년 벌어들이는 외환관리수익 적립금 30%를 10%로 줄이고 나머지를 세입으로 충당해 국민 조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년층 LTV·DTI 90%, 현실성 논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층에 대한 LTV·총부채상환비율(DTI) 90%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당대표로 선출된 후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 LTV를 완화해 집 사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면서 "집값이 오른다고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평생 전세방, 월세방에 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당초 구상한 것과는 간극이 커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가계부채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청년층·신혼부부 등에 LTV를 10%포인트 높여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LTV를 최대 60%까지 높이는 방안을 초안에 넣었으나 정치권과 의견이 맞지 않아 가계부채에선 LTV 관련 내용을 넣진 못했다.

■금융당국·한은도 당혹

정치권이 연달아 파격 제안을 내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의 가계부채관리방안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가계부채관리방안을 낼 예정이었으나 타이밍을 놓치고 4월 말이 돼서야 발표했다.
여기엔 정치권의 입김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한은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금융안정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여기는 한국은행을 정치권이 '마술 주머니'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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