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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교육자와 공직자의 시대적 사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1 18:11

수정 2021.05.11 18:11

[fn광장] 교육자와 공직자의 시대적 사명
5월 8일은 어버이날이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통치자인 군주와 스승과 아버지의 책무가 같다는 뜻이다. 즉 교육자와 부모의 책무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책무처럼 무겁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가 같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까닭은 은혜라고 생각할 만큼 최고 공직자와 교육자와 부모가 책무를 다하라는 뜻이다. 주는 자는 잘해준 것만 생각하고 받는 자는 섭섭한 것만 생각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상대방이 알기 전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신이 먼저 안다.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직업 진로와 경력개발'을 가르칠 때 대학원생들에게 "직업을 잃으면 무엇을 잃느냐"를 각자 적어보고 옆자리의 학우와 공유하도록 했다.
그다음 주 수업시간에 간호교육 석사과정 학생이 "응급실 간호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사직하려고 했는데, 지난주 수업에서 직업을 잃으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응급실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곳이므로, 내일부터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출근한다고 생각하겠다"고 밝힌 그 대학원생의 얼굴은 점점 밝아졌다. 출근할 때 생각을 바꾸면서 소명으로서 직업관이 정립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부임해 학생들이 소명으로서 직업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철학과 인성교양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일과 삶의 가치와 철학' '경력개발을 위한 인성과 창의성' '일자리와 직업윤리'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등을 개설했다.

이 교육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교직원들의 직업철학과 인성교양이다. 교직원들이 소명으로서 직업관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는지 그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그들은 교직원들의 행동과 태도를 보고 바른 인성과 바른 교양을 갖추고 있는지도 금방 알아차린다.

대학 교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아침에 출근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지만 "대학은 학생들의 미래를 만드는 곳이므로 학생들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출근한다"고 답한 사람이 없어서 생각을 바꿔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대학 총장을 포함한 모든 교수와 직원들이 발휘해야 할 직업적 소명은 학생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잘 돕는 데 있기 때문에 교직은 계속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한 어려운 직업이다.

공직도 끊임없이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어려운 직업이다. 공직자가 나라를 잘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바로 알아차린다. 공직자가 국민의 현재 문제를 해결해주고, 미래가치 창출을 도와주는지 국민이 알아차리기 전에 하늘이 알아차리고 땅이 알아차리고 공직자 스스로가 먼저 알아차린다.


공직자는 변화무쌍한 국제정치경제적 상황 속에서 국내 문제를 다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북한 핵무기 개발, 코로나19 팬데믹, 인구절벽, 자영업과 청년 일자리 위기, 학력 양극화와 학력 저하 등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작금의 절박한 상황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자 대한민국 미래 만들기와 직결돼 있음을 교육자와 공직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미래 만들기를 위한 교육자와 공직자의 시대적 사명은 국가안보 지키기, 국민생명 지키기, 인구절벽 타파하기, 경제 살리기 그리고 교육 살리기 등이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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