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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마주한 이대호와 추신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1 18:27

수정 2021.05.11 18:27

롯데-SSG 내일까지 부산서 3연전
우승땐 1억 기부 약속한 이대호
최근 10경기 3승 7패로 '흔들'
가을야구 커트라인 아슬한 SSG
추신수 방망이 아직은 잠잠
벼랑 끝에서 마주한 이대호와 추신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이대호 /사진=뉴스1
이대호 /사진=뉴스1
추신수 /사진=뉴스1
추신수 /사진=뉴스1
'부산갈매기' 추신수(39·SSG)와 이대호(39·롯데)가 나란히 사직야구장에 선다. SSG와 롯데는 13일까지 부산에서 3연전을 갖는다. 화제의 중심은 이대호와 추신수다. 하지만 고향 부산을 찾는 추신수도, 친구를 맞이하는 이대호도 마음은 가볍지 않다.

이대호는 올 시즌 계약을 하면서 우승 옵션을 걸었다. 팀이 우승하면 1억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모두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사정은 녹록치 않다. 롯데는 10일 현재 최하위다. 거인의 발걸음은 최근 10경기서 3승7패로 비틀거렸다.

SSG는 두산, KT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세 팀이 공동 3위이니 뒤집으면 5위나 다름없다. 가을 야구 커트라인에 아슬아슬 걸리는 순위다. 추신수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나 최근 '추추트레인'의 화력은 신통찮다.

타율 0.210 홈런 6개.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75 홈런 218개를 기록한 타자의 성적으로는 초라하다. 5월 들어 치른 7경기서는 0.125 홈런은 한 개 뿐이다. 33번의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아웃만 10차례 당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불혹이어야 할 마음은 타석에서 흔들리고 있다. 안 맞을 때는 모든 것이 거슬린다. 심판 판정에 유달리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57 홈런 17개의 호세 피렐라(삼성)가 아슬아슬한 코스에 삼진을 당하고도 군소리 없는 것과 비교하면 그의 초조함을 실감한다. 잘 나가는 피렐라는 심판을 노려볼 필요가 없다.

추신수는 3월 롯데와의 사직야구장 시범 경기에 나선 바 있다. 시범경기와 본 게임은 다르다. 이 둘은 지난 4월 4일 정규시즌 첫 경기서 만났다. 구단주들끼리 설전을 주고받는 등 '유통 대전'과 함께 '절친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SSG의 5-3 승이었지만 개인 승부는 이대호의 판정승. 추신수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대호는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5경기가 벌어졌지만 인천 문학구장의 롯데-SSG 경기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추신수의 KBO리그 데뷔전을 겸한 이대호와의 첫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이대호의 2021시즌은 나쁘지 않다. 타율 0.319 홈런 6개면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바닥을 헤매는 팀 사정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1억원의 우승 옵션은 초반부터 가물거린다.

이대호는 8일 삼성전서 9회 포수로 깜짝 출장했다. 마흔의 늦깎이 포수 데뷔다. 마무리 김원중의 까다로운 투구를 두 차례나 막아냈다. 한 점차 승부에서 3루 주자의 홈인을 저지한 포구였다. 보더라인 근처의 공을 플레이밍으로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고급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대호는 우승 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흔의 나이에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을 보면 괜한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대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SSG에 이어 주말 KT를 만난다. 잇달아 상위권을 상대한다.
여기서 밀리면 자칫 하위권에 고착될 수 있다. SSG는 주말 두산과 3연전을 벌인다.
롯데전서 최소한 위닝시리즈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 고향 부산에서 만나는 두 친구의 속마음은 이렇지 않을까. "니가 해라, 3연패."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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