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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다시 짠 K반도체 전략, 국운을 걸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3 18:01

수정 2021.05.13 18:01

나라마다 안보 차원 접근
기업·정부 혼연일체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13일 K반도체 전략을 다시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삼성전자 평택 현장 보고회에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α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경기도 화성·평택·용인 등을 중심으로 K반도체 벨트를 조성한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현실은 만만찮다. 먼저 밖을 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를 안보 이슈로 다룬다. 미국은 시스템반도체의 강자다. 원천기술을 가진 인텔,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엔비디아 등이 이 분야를 주도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바로 대만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 TSMC다. 이처럼 미국과 대만은 중국 견제라는 공통 목표 아래 시스템반도체 분업구조에서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강국이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선 존재감이 약하다. 천하의 삼성전자라도 미국과 대만이 움켜쥔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제 안을 보자. 시스템반도체를 키우자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 정부도 2019년 경기도 화성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선포했다. 이때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을 돌아보면 비전과 계획은 말의 성찬에 그쳤다.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을 2년 전과 비교하면 메모리는 기술격차가 되레 좁아졌고, 시스템은 제자리다.

왜 이렇게 됐을까. 두 가지 사례를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에 전력을 대는 송전선 갈등을 푸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정부는 나몰라라 했고, 결국 송전선 지중화 비용은 삼성전자가 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공업용수와 전력을 공급하는 인프라 건설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남의 일 보듯 했다. 이래놓고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서길 바라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이번에 정부는 판을 더 키워 510조원짜리 K반도체 벨트 카드를 꺼냈다.
장대한 계획이 성공하려면 기업 앞에 놓인 장애물부터 정부가 나서서 치워야 한다. 연초 미국 조지아주(SK이노베이션)와 오하이오주(LG에너지솔루션) 지사들은 서로 자기 주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업체를 옹호하느라 얼굴을 붉혔다.
한국에선 꿈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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