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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끼어들기도 척척 대처… 무법천지 中도로에 최적화 [현장르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6 18:09

수정 2021.05.17 10:50

中스타트업 '포니닷AI' 자율주행시스템 차량 타보니…
옆차 갑자기 끼어든 아찔한 순간
속도 줄이면서 바로 차선 바꿔
불쑥 튀어나오는 보행자나
도로법 안지키는 운전자 많아
돌발상황 대처 능력에 특히 집중
현대차 전기차 '코나'와 협업해
미국서 로보 택시 선보이기도
도요타 등과도 합작 프로젝트중
중국 스타트업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이 운전자의 핸들 조작 없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중국 스타트업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이 운전자의 핸들 조작 없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접근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국토면적과 인구, 도로의 형태, 교통 문화,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서도 각국 상황에 최적화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각국 상황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는 곳이 중국의 스타트업 포니닷AI(샤오마지싱)다. 이 업체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서 동종업계 중 최초로 자율주행(로보)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이 회사와 합작한 차량이 바로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다.

파이낸셜뉴스는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서 20여㎞ 떨어진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 포니닷AI의 최신 자율주행 차량에 탑승해 성능을 체험했다.

승차 뒤 얼마 안돼서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된 렉서스NX450h 차량이 도로 상황에 맞춰 주행하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급히 차로를 바꿨다.

옆 차로에서 달리던 다른 차량이 순식간에 앞으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찰나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조수석 앞의 대시보드를 붙잡았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전요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은 사람들이 도로 안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거나 무단횡단을 하고 도로법에 맞지 않게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자율주행 시스템에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고, 반응속도도 빨라 사고가 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도로 10㎞를 운전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벌어졌다. 교차로 대기 후 좌회전하려던 때는 맞은편 도로에서 불법유턴하는 차량이 위협했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느긋하게 가로지는 보행자도 경험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포니닷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놀랍게도 능숙하게 대처했다. 때로는 안전거리 이상을 유지하며 사고를 막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깜박이를 켜고 빠르게 차로를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맞물리면 상황에 맞춰 양보와 우선 진입을 번갈아 했다.

■각국 상황에 맞는 자율주행 개발해야

포니닷AI는 자체 개발한 센티미터급 위치추적 기술은 레이저 레이더, 밀리미터파 레이더, 카메라, 위성·관성 항법 등 다중센서 데이터를 유입해 차량의 정확한 물리적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또 운전석 옆 모니터에선 정확한 3차원(3D) 구조 데이터와 차로, 교통신호, 보행자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준다. 차량 지붕과 앞뒤로는 모니터 센서가 부착돼 있다.

닝장 포니낫AI 부총재 겸 베이징연구개발센터 총경리는 이 같은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다른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이점으로 꼽았다.

포니닷AI는 2016년 말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광저우·베이징·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여러 지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미 500만㎞가 넘는 데이터가 축적됐다. 이는 지구 약 10바퀴가 넘는 거리다.

이 덕분에 서로 다른 지역적 특징, 운전습관, 환경 등을 모두 시스템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도로가 넓고 돌발상황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다르므로 세계 시장을 상대하려면 종합적 취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닝장 부총재는 "광저우는 비가, 베이징은 눈과 황사가 많다. 햇볕이 쨍쨍한 캘리포니아 운전자의 습관은 중국과 차이가 난다"면서 "2019년 12월 개발한 4세대 자율주행 통합시스템 '포니알파2.0'은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담은 상태에서 200m 범위 전역의 시야까지 확보해 최적의 안전운전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포니닷AI, 현대차·도요타 등과 협력

포니닷AI는 현대차 코나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추가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진행했다. 또 일본 도요타, 중국 이치·광치자동차와도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닝장 부총재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해 온 구글의 웨이모와 같은 존경할 만한 업체가 미국에는 많다"면서도 "그러나 운전환경이 달라 우리(중국)가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는 만큼 서로 쟁탈이 아닌, 힘을 합쳐 기술발전과 상업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포니닷AI는 이달 중으로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로보택시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국 본토 전체를 오가는 자율주행 화물운송 트럭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21년 2월 현재 총자금조달액은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이며 평가액은 53억달러(약 6조원)를 넘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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