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의 특급논설] 민주당이 청년한테 박수를 받으려면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8 17:26

수정 2021.05.18 17:35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17일 국회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들은 "가르치지 말고 민심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17일 국회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들은 "가르치지 말고 민심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①돈 퍼주기 정책 접어라
②정년연장 제동 걸어라
③연공급제부터 손봐라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성년의 날을 맞아 17일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들이 따끔한 소리를 했다.
가르치지 말고 민심을 받아들여라,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놀림 받는다, 정치인들이 돈 준다고 해도 표 안 준다는 말이 나왔다.

4·7 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내년 3월 대선 본게임을 앞둔 민주당은 초조하다. 어떡하면 다시 청년한테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세가지를 제안한다.

1. 돈 퍼주기 정책 접어라

퍼주기는 정치인의 장기다. 툭하면 돈을 준다고 한다. 제 돈도 아니면서.

누군 대학 안 간 고졸 청년에게 세계여행비로 1000만원을 주면 어떠냐고,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했다. 누군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원 정도 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군 스무살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 적립형 통장 이야기를 꺼냈다.

그 돈은 누가 내나? 정치인이 내는 거 아니다. 세금 아니면 국채인데, 국채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은 세금이라면 ㅅ자(字)도 꺼내지 않는다. 국채는 나라가 갚아야 할 돈이다. 그 돈은 청년세대에 돌아올 짐이다. 결국 국채 찍어서 세계여행비, 사회출발자금, 적립형 통장 받아봤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그러면서 생색은 정치인이 다 낸다. 청년들이 이를 모를까? 그럴 리가 있나. 한국인의 학력은 세계 1위다. 청년들은 더 영특하다. 돈 퍼주기는 청년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3사 노조는 지난 3월 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연장 입법화를 촉구했다./사진=뉴스1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3사 노조는 지난 3월 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연장 입법화를 촉구했다./사진=뉴스1

2. 정년연장에 제동 걸어라

현대차 노조가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64세로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정년 연장은 올해 임단협을 앞둔 자동차 노조의 핵심 안건 중 하나다. 지난 3월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3사 노조는 국회 앞에서 정년 연장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 요구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를 받는 나이가 점차 늦춰져 오는 2033년이면 65세가 된다. 지금처럼 법정 정년을 60세로 두면 5년 동안 연금 크레바스가 생긴다. 이 공백을 메워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년 연장의 최대 피해자가 청년층이라는 데 있다. 지금도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쩔쩔맨다. 체감실업률은 25% 안팎에 이른다. 청년실업이 고질병이 된 데는 5년 전 정년을 60세로 올린 영향도 꽤 크다.

정년이 높아져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인다. 채용을 해도 임금이 싸고 쉽게 내보낼 수 있는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결국 정년 연장은 현대차처럼 지금도 좋은 일자리를 가진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노조원들만 좋다.

이미 베이비부머들(1955~1963년생)은 1차 정년연장의 혜택을 입었다. 2016년 총선에서 정치권은 당시 50대가 가진 위력을 실감했다. 여야는 앞다퉈 선심 공세를 폈다. 그 선물이 바로 현 60세 정년이다. 그런데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니까 또 정년을 늘리겠다고? 욕심이다. 자식뻘 젊은이들한테 못할 짓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3. 연공급제부터 손봐라

그래도 꼭 정년을 올리겠다면 조건이 있다. 먼저 연공급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연공급제는 나이가 벼슬이다. 나이 먹으면 호봉이 저절로 오른다. 고도성장 시절엔 호봉제를 해도 일자리가 넘쳤다. 기업은 꾸준히 인력을 보충했다. 그러니 연공급제를 하든 말든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저성장시대엔 일자리가 쪼그라든다. 강성노조 눈치 보느라 기업은 감히 노조원을 내보내지 못한다. 결국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연공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일에 민주당이 팔을 걷어야 청년한테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직무급은 나이가 아니라, 하는 일에 따라 또는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사회학자 이철승 교수(서강대)는 저서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에서 말한다. "연공제는 노동시장의 이중화 등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과 사회문제들을 악화시키는 핵심적인 구체제의 유산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노조는 자기들만의 안락한 성을 쌓았다. 성 안에선 호봉제 빵이 넘쳐난다. 그래놓고 성문을 철컹 잠갔다. 민주당은 집권 과정에서 노조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그 대가로 노조에 선물을 안겼다. 집권하자마자 박근혜정부가 애써 도입한 양대 지침을 폐기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은 비준까지 마쳤다. 민주당은 노조가 성벽을 더 높이 쌓는 데 일조했다. 청년들이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을 불공정하다고 보는 이유다.

반면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엔 손도 대지 않았다. 청년들은 성밖에서 서성대지만 백날을 기다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노조가 제 손으로 문을 열 리가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기득권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당의 용기백배를 기대한다. 청년 민심을 되찾고 싶다면 말이다.
도저히 그럴 용기, 기득권 노조와 한판 붙을 용기가 없다면 청년 민심 회복은 기대를 접는 게 낫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민주당이 청년한테 박수를 받으려면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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