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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상자산 시장 혼돈, 그럴수록 안전망 갖춰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8 18:15

수정 2021.05.18 18:15

머스크 입방정에 들쭉날쭉
투자자 보호장치 서두르길
17일 오후 빗썸 강남센터에서 관계자가 암호화폐 시세를 보며 머리를 감싸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오후 빗썸 강남센터에서 관계자가 암호화폐 시세를 보며 머리를 감싸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일대 혼돈에 빠졌다. 전기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입방정 때문이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2일(현지시간) 5만달러 후반에서 18일 4만달러 중반으로 급락했다. 그동안 머스크는 비트코인 수호자 역할을 자임했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결제할 수 있다고 결정한 이도 바로 머스크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했다.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을 해친다는 엉뚱한 이유를 댔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머스크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결제 중단을 발표하기 전 비트코인을 팔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이미 머스크는 2018년 증권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상장 폐지 가능성을 흘렸다. 그 일로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SEC는 또 머스크와 테슬라에 각각 2000만달러 벌금을 물렸다. 하지만 머스크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이번에 또 사고를 쳤다.

다른 한편 이번 일은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개 기업인 한 사람이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그만큼 시장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는 세상 누구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 설치가 중요하다. "그거 참 쌤통"이라며 손을 놓고 있기엔 시장이 너무 커졌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하루 거래 규모는 코스피 또는 코스닥과 견줄 만하다. 투자 손실을 보상하란 얘기가 아니다. 손실에 대한 책임은 100% 투자자에게 있다. 다만 무자격 거래소를 정비하고 코인 난립에 제동을 거는 역할은 정부·정치권 아니면 할 곳이 없다.

최근 민주당 이용우, 김병욱 의원이 잇따라 가상자산 관련법을 발의했다. 지난 16일 당·정·청은 김부겸 신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가상자산 대책을 논의했다.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조만간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용우 의원안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했다.
이 법안이 채택되면 가상자산 주무부서는 자연 금융위로 정리될 것 같다. 시장은 거인이 됐는데 주무부서조차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여당의 발빠른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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