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MZ세대의 부상과 대선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9 19:37

수정 2021.05.19 19:37

[김규성의 인사이트] MZ세대의 부상과 대선
국민의힘 새 당대표 선거 분위기가 심상찮다. 후보 등록 마감이 22일이어서 선거판이 본격적으로 열리진 않았다. 서열, 나이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에서 1970년대생 초선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출마선언을 했다. "판을 바꿔야 한다"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친' 구호까지 내걸었다.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 김웅 의원(초선·서울 송파갑), 30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민심이 바뀌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두드러졌다. 'MZ세대'의 움직임은 바뀐 민심을 알 수 있는 최고의 가늠자로 꼽힌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Z세대를 지칭하는 MZ세대는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을 강하게 밀었다. 20대 남성 70% 이상이 현 정권에 등을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다만, 대통령은 국정 전반이 아닌 부동산정책 실패에 한정된 심판이라는 단서는 달았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으로 현 집권세력을 밀어줬던 MZ세대의 변심은 부동산 가격 급등만이 원인일까.

변화가 대세다.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도가 붙으면서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속속들이 변모시키고 있다. 원격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은 기업을 넘어 교육, 종교 영역까지 확산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새로운 흐름도 몰려왔다. 기업도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하던 전통적 경영방식에서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중시해야만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운동도 영향권에 들어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의 생산직 중심이었던 노동운동에 MZ세대가 주축이 된 젊은층 사무직이 '별도 노조' 형태로,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변화의 밑바닥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불안하다. 청년층은 생애 안에 거주할 집 구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내재가치가 없다"는 정부의 경고에도 불안을 떨치기 위해 가상자산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이 청년층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회자될까 싶다. 가상자산 투자에 성공하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살고, 실패하면 한강물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라고 한다. MZ세대는 또 '뉴노멀'에도 직면해 있다. 코로나와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위기 때와는 다른 일자리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비대면화·디지털화·자동화라는 구조적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라는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결정적 계기다. 한 세대는 통상 30년이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으로 열린 민주를 화두로 내세웠던 시대는 2022년 문 대통령이 퇴임하게 되면 30년을 채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나온 심상찮은 움직임은 내년 대선에서 MZ세대가 촉발시킨 변화의 흐름을 잡겠다는 선제적 몸부림이다. 세대교체라는 시대 흐름 말이다.
MZ세대의 일자리 불안과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한 요구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다음 세대가 더 낫고 행복할 것"이란 확신을 줄 수 있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누구든 변화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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