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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후변화, 그 해답은 바다에서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3 17:48

수정 2021.05.23 17:48

[차관칼럼] 기후변화, 그 해답은 바다에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님들 중에 '바다탐험대 옥토넛'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바닷속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해주는 이 작품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바다 환경뿐만 아니라 범고래에서 플랑크톤, 해초에 이르기까지 바다생태계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여러 에피소드 중 요즘 다시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바로 '유령 산호초 마을'편이다. 여러 바다동물들과 식물들의 집이었던 산호초 마을이 언제부터인가 그 빛을 잃고 하얀색의 유령마을로 변해버렸고, 많은 바다생물들이 이 마을을 떠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옥토넛 탐험대가 산호초 마을을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다. 언뜻 보면 유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자 시급히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바다에는 미역, 다시마,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가 자라고 수많은 물고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바다숲'이 있다. 바다숲은 다양한 해조나 해초류가 모여 있는 바닷속 1차 생산자이면서, 수많은 어류와 생물의 서식지로 생물 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 이 바다숲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블루카본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블루카본은 바다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다숲은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가 탁월해 1헥타르당 연간 3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바다숲은 비단 바다생태계의 복원과 균형을 유지하는 주춧돌일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보루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바다숲이 갯녹음으로 시름하고 있다. 해양오염과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해조류가 점차 사라지면서 바다숲이 사막처럼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연안의 34%에서 갯녹음이 발생했으며 이는 먹이사슬 붕괴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 수산자원 고갈, 나아가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갯녹음으로 훼손된 바다 생태계를 복원하고 바다 생물에게 안정적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갯녹음 해역에 해조류 등을 이식해 대규모 바다숲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으로, 현재 전국 194개소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르는 약 2만4000헥타르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이 바다숲은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에도 연간 8만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5만4000헥타르의 바다숲이 조성된다면 연간 18만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정부는 많은 국민들, 특히 아이들이 바다숲 살리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바다식목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5월 10일인 바다식목일은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우리 바다에 생기를 불어넣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통해 기후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가려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그 의미가 크다. 지난 5월 10일에는 바다식목일 기념행사와 함께 서울, 경기 등 13개 시·도의 어린이집, 유치원에 '바다숲 탐험하기' 등 5개 종류의 체험교구 1만5000개와 바다숲 애니메이션, 창작동화 등 교육 프로그램을 보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바다숲이 깊이 인식되기를 기대한다.

바다숲에는 미래의 꿈이 있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의 산실이자, 지구 산소의 75%를 생산하는 생명의 원천이며,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바다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바다 지키기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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