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이제는 文대통령이 화답할 때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7 18:00

수정 2021.05.27 18:00

[강남시선] 이제는 文대통령이 화답할 때
"생큐, 생큐, 생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말미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LG그룹 등 국내 대표기업 대표들에게 잠시 일어서 줄 것을 요청한 뒤 세번에 걸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역대 정상회담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와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결정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좋은 고용이 많이 창출될 것"이라며 박수로 화답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신문과 TV를 통해 이 장면을 본 많은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난 4년간 대기업을 적폐로 내몰고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재판과 구속으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국내 환경과는 사뭇 다른 장면에 조금은 놀라지 않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26일에는 여야 5당 대표를 만나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과 높아진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내용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총평했다.
정부와 여당은 연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의 밑바탕에는 우리 기업들의 44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대미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언제까지 기업들이 필요할 때만 손을 내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 4년은 그 어느 정부보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시기였다. 취임과 함께 시작된 반기업 정서는 지난해 연말 경영계의 간곡한 호소에도 정부와 여당 주도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절정에 달했다.

그동안 재계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던 정부는 올해 들어 반도체 대란, 백신 부족, 미국의 투자압박 등이 거세지자 그제서야 기업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백신 등을 놓고 글로벌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달 전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들을 불러 놓고 웨이퍼를 직접 들어 보이며 "반도체와 배터리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가 기다려주지 않는데 미국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반도체 분야에 500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해외 기업들에 투자를 독려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남은 1년은 문 대통령이 우리 기업들에 화답해야 할 차례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반도체, 배터리, 백신동맹, 원전 해외수출 등 후속조치 마련에 나서고 재계가 요구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며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최근 10년간 기업들의 연평균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2.5%에 그친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7.1%로 약 3배에 달했다. 국내에선 각종 인허가 및 환경, 노동 규제 등이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기업인들이 위기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