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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조선왕국전도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7 18:00

수정 2021.06.17 18:00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의사당 도서관을 방문해 소장된 조선왕국전도를 열람했다. 이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표기돼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의사당 도서관을 방문해 소장된 조선왕국전도를 열람했다. 이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표기돼 있다. /사진=뉴시스
1492년 콜럼버스는 미국을 발견했지만 죽을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인도에 상륙했다고 믿었기에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고, 그곳을 동인도 제도라고 지칭했다.
이 같은 오해는 1507년 독일의 지도제작자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유럽 서쪽에 별개의 대륙이 인쇄된 최초의 세계지도를 출간할 때까지 지속됐다.

지도제작자는 반대로 콜럼버스의 발견 사실을 몰랐다. 이탈리아인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낸 탐험 문서를 읽고 신대륙을 지도에 그려넣은 것이다. 아메리고의 이름을 기려 아메리카라고 적었다. 인기를 끈 지도는 수많은 지도제작자에 의해 복제됐다. 아메리카란 이름도 함께 퍼져나갔다.

17세기 대항해 시대를 거쳐 19~20세기 서세동점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수회 선교사들이 측량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선교와 정복이 3박자를 이룬 것이다. 1737년 프랑스의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지도제작자였던 당빌은 중국 전 지역과 인접 국가를 그린 '신중국 지도 총람'을 출간했다. 이 중 '조선왕국전도'는 조선이 독자적으로 그려진 최초의 세계지도이다. 서양인이 만든 조선지도 중 가장 오래됐다.

이 지도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울릉도와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그린 점이다. 중국어 발음을 따르다 보니 표기가 잘못된 점이 옥에 티다. 둘째는 조선과 청나라 간의 국경이 압록강과 두만강의 본류가 아니라 그 이북으로 표시되어 있다.


16일(현지시간) 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상원 도서관에서 '조선왕국전도'를 열람한 뒤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사료"라고 말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 지도와 자위대 홍보영상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기한 데 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독도는 한국 땅'임을 강조한 흔치 않은 기회였다.
우리 입장에선 물론 고맙지만, 스페인이 민감한 외교문제에 한국 편을 들어 지도를 공개한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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