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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청년 先고용 도입, 고민할 이유 없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7 18:00

수정 2021.06.17 18:00

[강남시선] 청년 先고용 도입, 고민할 이유 없다
인간은 직업을 통해 개인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이런 개인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욱 건강해진다. 반대로 일자리가 없는 개인은 존재감을 상실하고, 나아가 사회의 불안요인이 된다. 노동의 가치가 갖는 영향력은 이처럼 막대하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청년실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일자리 처방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 일자리 확보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일자리의 질도 단기알바 수준에 그친다.

정책은 타깃을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실업 구제 과정에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군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학 졸업생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소위 취업준비생들이다. 정부가 취준생에게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일자리도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잘되는 시점을 통상 졸업 후 2년 이내라고들 한다. 이 시점이 지나면 본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취업경쟁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평범한 노력만으론 안된다. 깜짝 놀랄 정도의 특단책이 나와야 한다. 가령 선(先)고용 방식의 취업지원책도 검토해봐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기저효과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최근 졸업한 취준생을 미리 고용하고 정상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전까지 정부의 지원으로 직업훈련 기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선고용 방식은 정부나 기업이나 손해볼 게 없다. 어차피 실업자에게는 정부가 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선고용 취준생에 대한 취업훈련 비용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선고용 대상자를 위한 취업훈련 인프라는 충분하다. 산업인력공단, 폴리텍대, 한국기술교육대, 한국산업기술대 정도만 가동해도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숙달된 업무역량을 갖춘 정규직을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신입사원을 선발해 교육시키는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면 금상첨화다.

최근 들어 선고용 제도를 주장한 선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중소기업 유관단체들이 '청년 1+ 채용 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와 내수활성화를 위해 범중소기업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선고용, 후투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청년고용에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투자는 오히려 뒤로 미루자는 취지다. 경영원리로 보면 '선고용, 후투자'는 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럼에도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계가 적극 나서 사회를 먼저 배려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은 효율성과 별개로 높이 살 만하다.

30대 야당 대표가 탄생하면서 '능력주의' 논쟁이 뜨겁다. 개인의 능력은 본인 소유를 넘어 사회적 자산이다. 사회의 구조에 따라 개인 능력의 쓸모와 확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개인의 능력은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축적하는 게 아니라 남으면 나눠주는 게 순리다.
개인의 능력이 본인의 행복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편익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선행이 어디 있을까. 마찬가지로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코로나19 탓에 루저로 추락하는 복불복 게임을 용인해선 안된다. 정책과 세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도구다.
코로나19를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재난위기로 규정하고 손실보상제까지 도입하는 마당에 선고용 도입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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