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흔들리는 윤석열, 일어서는 최재형·김동연…野 대장주 바뀌나

뉴스1

입력 2021.06.20 17:17

수정 2021.06.20 20:1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뉴스1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을 앞두고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여권의 이른바 '윤석열 X파일' 검증 공세, '공수처 수사'에 이어 1호 인사까지 열흘 만에 물러나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때맞춰 여론의 조명은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다른 대권주자들로 분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독주 체제'가 흔들릴 경우 '야권 대선판' 주도권이 국민의힘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1호 영입 인사'인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대변인으로 내정되며 얼굴을 알린 지 열흘 만이다.

윤 전 총장의 '입'이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윤 전 총장이 고수해 온 '전언 정치'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당'을 놓고 윤 전 총장과 참모진이 혼선을 빚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대변인은 지난 18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당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치적 선택지를 '제1야당'으로 못 박은 셈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불과 몇 시간 뒤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정했다. 우선 '민심 투어'를 진행한 뒤 입당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선회한 것이다.

'대권 행보'가 첫발부터 꼬이면서 일각에서는 '아마추어 리스크'가 고개를 들었다. 윤 전 총장이 수개월간 고수한 '전언 정치'가 혼선을 자초하면서 국민적 피로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은 당일 대변인단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고 격려했지만, 이 대변인은 이튿날(19일) 건강상의 이유로 대변인직을 내려놨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이 대변인의 뜻을 수용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권주자의 뜻을 대중에 알릴 때는 여러 의견을 '단일 메시지'로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윤 전 총장 측은 이런 프로세스가 결여된 것 같다"며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고 측근을 통해 선별적으로 전언(傳言)하는 폐쇄적 소통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런 행보가 반복되면 지지자들과 국민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신감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꺾이면 확 떨어질 수 있다. 총체적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이목이 다른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로 서서히 옮겨가기 시작한 점도 리스크다. 최근의 위기가 실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야권 대선판의 '대장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흘러나온다.

야권에 따르면 최 감사원장은 조만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제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도 대선 출마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 전 경제부총리는 조만간 저서 출간 기념회를 통해 정계에 등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명동성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집필을) 마무리하고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할 것"이라고 했다.

'대안 주자'의 부상은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하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3.9%로 1위를 지켰지만 전주 대비 5.2%포인트(p) 후퇴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 감사원장은 4.5%를 얻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이어 다섯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논란 영향으로 지지율이 주춤한 반면, 최 감사원장은 '대권 도전'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야권 대선판의 무게추가 국민의힘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위상이 내려가고 대안 주자들이 뜰 경우 대권주자보다는 '정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어서다.

신 교수는 "대선 정국에서 제1야당의 저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결국 (대선후보) 선택권은 국민의힘이 쥐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때를 놓치고 지지율이 하락하면 입당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거부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 윤 전 총장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라며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적격한 인물인지 의문도 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제대로 대선을 치르려면 빨리 당에 들어와야 한다"며 "조직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조속한 입당을 촉구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