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본질은 'X파일'이 아니다?…"윤석열의 위기, 길어진 잠행에서 시작"

뉴스1

입력 2021.06.21 14:21

수정 2021.06.21 14:21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가도가 여당의 'X파일' 공세 앞에 휘청이고 있다.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독보적인 대권주자로 부상했지만, 정체불명의 의혹 하나로 여론이 급반전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윤석열 위기론'의 본질을 윤 전 총장에게서 찾는 시각이 많다. 과도한 침묵과 잠행으로 누적된 '국민적 피로감'이 X파일 의혹을 기화로 폭발했다는 해석이다.
흔들린 지지율을 추스르지 못하면 '대망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27일쯤으로 예정된 '정치참여 선언'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총체적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일명 '윤석열 X파일' 검증 공세, '공수처 수사', '대변인 사퇴' 등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다.

윤 전 총장의 위기 상황은 여론조사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에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3.9%로 1위를 지켰지만, 전주 대비 5.2%포인트(p) 후퇴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야권의 '대안주자'로 거명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4.5%의 지지율을 얻어 단숨에 상위 5위권에 진입했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의혹 논란 영향으로 기세가 꺾인 반면, 최 감사원장은 '대권 도전' 기대감이 모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여론 지형'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여당의 공세 수위에 비해 지나치게 휘청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X파일'은 실체부터 모호한 데다, 과거부터 세간에 오르내렸던 의혹이 대부분인데도 '윤석열 위기론'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반발 여론'이 X파일 의혹을 빌미로 표출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고 측근의 입으로만 소통하는 '전언 정치', 뚜렷한 정견과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모호성'이 반복되면서 여론 저변에 불만감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개월 전 윤 전 총장을 '별의 순간'에 빗대며 극찬했지만, 지난 17일 방송 인터뷰에서는 "입장이 분명히 천명되지 않고 있다. 간을 보는 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기 나름대로 확고한 입장을 정해서 자기 입으로 국민에 이야기했어야 한다"면서 "자꾸 애매한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빈축을 살 수밖에 없는 처신을 하지 않았나 한다"고 꼬집었다.

대선캠프 1호 인사였던 이동훈 대변인이 영입 열흘 만에 사퇴하면서 '윤석열 위기론'이 극대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참모진에게도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못했던 것 아니겠나"며 "리더십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과 역으로 입당이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교차한다. '내우외환' 위기에 봉착하면서 정당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지만, 쫓기듯 입당하면 애초 내세웠던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명분이 퇴색할 수 있어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뒤늦게 정당의 보호를 받을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겠지만, 덜컥 입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 공세에 쫓기듯이 입당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 입당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의 기류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X파일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강력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을 엄호하고 나섰지만, 한편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든 상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 윤 전 총장에게 거는 기대감과 관심도가 전보다 크게 줄어든 분위기"라며 "실수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대선후보로서 적격한 인물인지 의문도 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전폭적인 환영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지지율 투매(投賣) 현상이 일어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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