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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 효과’ 국산 귀리의 재발견 이끌다 [fn이사람]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1 19:59

수정 2021.06.21 21:08

이유영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귀리 속 치매예방 성분 ‘Avn-c’
국산 ‘대양’에 타품종의 최대 24배
농가 소득 확대에도 도움 돼 보람
‘치매 예방 효과’ 국산 귀리의 재발견 이끌다 [fn이사람]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노인질환 중 가장 증가율이 높은 치매는 2013년 약 127만명이었으나, 2050년에는 약 271만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치매 치료·관리 비용은 2018년 약 15조원으로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치매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는 나라 중 한 곳으로 그 위험성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유영 농촌진흥청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사진)는 전남대 의대 조지훈·김형석 교수 연구팀과 함께 귀리가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사는 "최근 염증반응과 장기기억형성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염증완화에 효능이 있는 귀리가 직접적인 효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에 따르면 귀리에만 존재하는 아베난쓰라마이드(Avn-C)가 알츠하이머 유도쥐의 해마에서 장기기억 형성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2주간 Avn-C를 먹였을 때 수중미로·물체인식 기억 등 실제적인 행동에서도 인지기능이 정상쥐 수준으로 회복돼 직접적인 치료효능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국산 귀리인 '대양'이 다른 품종에 비해 12~24배 Avn-C가 풍부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연구사는 "2009년에 농진청에서 개발한 '대양'은 다른 귀리에 비해 등숙기가 늦어 농민들에게 외면받았다"며 "Avn-C 함량이 많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지난해 200㏊까지 재배면적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양 품종은 타 귀리에 비해 7.1% 비싸게 팔려 농가수익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사의 전언이다.

Avn-C 성분은 난청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사에 따르면 Avn-C는 난청에 복합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달팽이관에 직접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사는 "난청은 현재까지 보청기 외에 치료 의약품이 없다"며 "현재 외국계 제약회사에 기술이전을 검토 중이며 향후 보청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농진청에서는 대양의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농진청은 시범사업으로 25㏊를 지원했으며 정읍, 강진 등에 지역특화작목으로 선정했다. Avn-C 추출물 제조방법은 식품업체에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이 연구사는 "귀리의 치매 치료성분 효능 발표 이후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는 분들의 치료제에 대한 절박한 요청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며 "다시 한번 치매로 인한 사회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꼈으며,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치매는 무엇보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양 귀리는 선배 연구자들이 개발했으나 외면받았던 품종"이라면서 "새로운 가치창출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농가 소득이 증대되고 있어 연구자로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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