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문재인 대통령 있게 한 '흥남철수 영웅' 미국 선장 가톨릭 성인 되나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2 07:05

수정 2021.06.22 07:05

라루 선장
라루 선장

한국전쟁 흥남철수 작전 당시 피란민 1만4000여명을 구출한 레너드 라루 선장을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노력에 큰 진전이 이뤄졌다.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미 가톨릭주교협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라루 선장과 조지프 버비스 러플로 신부에 대한 지역교구의 성인 추대 절차를 승인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두 사람은 모두 주교 99%의 찬성을 받았다.

가톨릭교회는 탁월한 덕행이나 순교 등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하느님의 종’과 ‘복자’ 등 과정을 거쳐 ‘성인’으로 추대한다. 각 단계에서 생전 또는 사후의 기적이 인정돼야 한다.

미 해군과 상선 선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비영리단체 ‘바다의 사도’는 2017년 라루 선장을 성인으로 추대해 달라고 가톨릭교회에 요청했다.
2019년 첫 단계인 하느님의 종으로 인정된 라루 선장은 이번 주교회의 승인에 따라 다음 단계인 복자 추대 절차를 밟게 된다.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 수송 명령에 따라 7600t급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이끌고 함경남도 흥남 부두로 갔다. 하지만 그가 흥남에 머물던 1950년 12월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 개입과 극심한 추위로 철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라루 선장은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고자 배 안의 군수물자를 버리고 그 자리에 피란민을 승선시켰다. 12월 23일 흥남 부두를 떠나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성탄절인 25일 무사히 거제도에 도착하면서 사람들은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렀다.
60명 정원에 1만4000여명이 승선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기네스북 기록에 올랐다. 당시 구조된 1만4000명의 후손은 현재 약 100만명으로 추정되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들 중 한 명이라고 현지 언론은 소개했다.


라루 선장은 1954년 ‘마리누스’라는 이름으로 성베네딕토 수도원에 입회해 수사 생활을 하다 87세에 별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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