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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남긴 사정기관장

[강남시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남긴 사정기관장
대선을 위해 헌법정신을 등진 양대 사정기관장에 대해 말이 많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 제가(齊家)라고 했다. 자신을 닦은 뒤 집안을 다스리고, 집안을 다스린 뒤에 나라를 다스린다 함은 천하의 공통된 원칙이라는 말이다. 권력기관 수장이 임기 전 나온 뒤 자신을 임명했던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 최재형 전 원장은 대선 출마를 예고하며 사퇴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출마해 활동 중이다.

이들 두 사정기관장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잘못했다고 이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헌법정신을 저버렸다는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도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지체 없이 수리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장 임기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지만, 강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이 대선주자로 나선다면 문민정부 이후 대선 도전을 위해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첫 사례가 된다. 이회창, 김황식 전 감사원장도 대선에 출마하거나 대선 도전을 준비했지만 국무총리 재임 후였다. 황찬현 전 감사원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됐지만 문 정부는 (2017년 12월까지) 그의 임기를 보장해줬다.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업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헌법기관이다. 특히 감사원장 임기는 헌법이 보장한다는 점에서 검찰청법에서 임기를 규정하고 있는 검찰총장과도 차원이 다르다.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권한과 직무범위 등 설치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제98조에서는 '원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헌법에 명시된 만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 전 원장의 사퇴는 이 같은 헌법정신을 송두리째 뒤흔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당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청와대가 최 전 원장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며 작심발언을 한 것도 헌법가치에 반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처럼 징계 등 현 정부와 격한 갈등을 겪은 것도 아니어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자신의 장래를 '대통령'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간 행보가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부와 각을 세운 것이 자신이 권력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이 대선에 나서게 만든 것이 바로 문재인정부임을 계속 지적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들의 대선 출마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고, 이들의 출마를 원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며, 정부의 실정을 자신들이 경험한 만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를 막는 것 또한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