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김규성의 인사이트] '무인시대'와 일자리

[김규성의 인사이트] '무인시대'와 일자리
뜬금없지만 코로나와 로봇의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웬 로봇?'이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최근의 경험 때문이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팩스로 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했다가 로봇을 만났다. 정확하게는 '인공지능(AI) 상담원'이다. 2년 전께 같은 일로 전화를 했을 때 '인간 상담원'이 내 신원을 확인한 걸로 기억한다. 이제는 AI 상담원이 이름, 아파트 동·호수 등을 묻고 "이상없다"며 서류를 발급해줬다. 또 다른 만남도 있다. 얼마 전 서울 남산공원 산책 중 산 중턱 한 한식집을 찾은 적이 있다. 도심 속 호젓한 산속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식사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기)를 거쳐서만 가능했다. 여러 종류의 쌈밥에다 전통차, 커피까지 2대의 키오스크는 주문받은 메뉴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키오스크는 소주, 맥주 등 주류 판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가전, 자동차 업종에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LG전자가 지난 5월부터 전국 매장 9곳에서 직원들이 퇴근한 뒤 무인 매장 운영에 들어갔다. QR코드로 본인인증, 매장 입장, 제품 구경, 키오스크 등에서 가격정보 확인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AI 상담원은 '챗봇' 등의 형태로 금융, 보험, 카드업계에서도 활약 중이다.

AI 상담원과 키오스크는 인간을 대신한다. 로봇이다. 한식집 키오스크는 인건비 축소 방편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외식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사람 대신 무인 주문시스템을 선택한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있는 큰 모니터를 가진 키오스크의 월 렌털료는 보통 5만원대 안팎이다. 내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종업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월 191만원(주휴수당 포함)보다 훨씬 적다. '언택트(비대면)'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순일자리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 됐다. 한국은 자영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둔 자영업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12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4000명 줄었다. 매년 6월 기준으로 1990년 6월(118만6000명)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다. 2년 전엔 150만명이었다.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무인화 확산, 최저임금 급등, 내수경기 부진의 결과다.

'무인(無人) 시대'다. 고용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 기업(자영업자 포함)은 '최소 비용, 최대 이득'을 추구한다. 단순일자리 소멸은 불가피하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진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일자리의 43%가 AI로 대체될 고위험군이라고 예측했다. 구조적 실업과 사회 양극화가 불러올 혼란을 우려한다.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이 새로운 산업 탄생에 맞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안정성을 높여줘야 한다.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무인 시대의 일자리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의 대응책으로 대두된 기본소득 등에 대한 국민적 검토가 대선 과정에서 이뤄지는 게 좋다는 의미다. 여야 모두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소득'을 화두로 내세운 것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불안감을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읽었다는 방증이다.


일자리 상실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복지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대선은 기존 복지시스템을 손질하고 경제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과도한 포퓰리즘은 경계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