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백신 못 구한 호주 총리 대국민 사과 "죄송합니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2 16:55

수정 2021.07.22 17:45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AP뉴시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국민들에게 정부의 백신 보급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초기에 신속한 방역으로 피해를 줄였으나 동시에 백신 접종이 늦어져 델타 변이 유행에 큰 낭패를 보고 있다.

호주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모리슨은 22일 캔버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주 정부의 백신 보급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연초에 기대했던 목표들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이에 확실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모리슨은 “분명히 어떤 것은 통제할 수 있었지만 어떤 것은 그럴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며 우리가 겪은 어려움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개각에서 물러난 대런 체스터 전 국방장관 역시 모리슨의 사과 전날 SNS에 죄송하다고 적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호주 정부와 세계적 수준의 호주 의료 시스템에 실망한 몇몇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21일 기준으로 누적 1065만4563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약 2578만명인 호주 인구 가운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약 11%로 추정된다. 70세 이상 인구의 76%가 접종을 마쳤지만 16세 이상 인구에서 접종을 마친 사람은 15%에 불과하다.

호주는 지난해 팬데믹 초반만 하더라도 신속한 방역으로 팬데믹 피해를 최소로 줄였다. 지난 4월에는 이웃 뉴질랜드와 항공 노선을 정상 가동했으며 자가 격리를 면제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 역시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백신 600만회분 이상을 들여와 접종 계획을 세웠으나 팬데믹 피해가 극심했던 다른 서방 국가들에 비해 접종 속도가 크게 느렸다. 호주 정부는 AZ 백신이 혈전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나오자 접종 대상자를 60세 이상으로 제한해 가뜩이나 느린 접종 속도가 더 느려졌다. 호주에서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해 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에 봉쇄령이 내려졌으며 인접한 빅토리아주와 남호주주에도 각각 16일과 20일을 기점으로 봉쇄령이 발령됐다. 호주의 누적 확진자는 21일 기준으로 3만2269명으로 세계 127위 수준이다.

호주 정부는 뒤늦게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합작한 백신을 구하려 했으나 잘 풀리지 않았다. 모리슨은 8월 중순부터 약국에 AZ 백신을 배분하고 9월부터 미국 모더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달부터 지원자에 한해 병원 일반의들도 백신 접종 작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체스터는 SNS에서 백신 프로그램 지연에 대해 언론들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주류 언론들은 AZ가 화이자보다 명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과도한 부작용 보도를 통해 불안감을 조성했으며 이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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