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같이 살지 않겠나" 제자에 막말한 서울대 교수... 法 "재임용 거부 정당"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6 08:00

수정 2021.07.26 15:31

재판부 "다른 재임용 기준 충족했더라도 
부적절한 언행, 재임용 거부 사유 충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자들에게 “나중에 나와 살지 않겠느냐”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재임용이 거부된 전직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가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다른 재임용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제자에게 한 부적절한 언행 만으로 거부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A씨가 국립대학교법인 서울대학교와 서울대 병원을 상대로 “재임용 거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9월 서울대 의과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 6년여 간 근무한 A씨는 2018년 3월 재임용을 신청하며 연구실적물 평가를 위한 논문 10편을 제출했다. 하지만 의대 인사위원회는 △연구실적물 기준 미충족 △교육활동 관련 물의야기·본교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재임용 ‘부결’을 알렸다.
소명 과정 끝에 A씨는 교원심사위에서 ‘임용부적격자’로 심의·결정됐다.

재임용이 거부된 주된 이유는 ‘언행’ 때문이었다. A씨는 2016년 제자들에게 “너 정도 미모면 미국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 “내가 지금 혼자이니 나중에 나랑 살지 않겠느냐”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학부모들은 성적 불이익 등 2차 피해를 염려해 신고도 못했다. 이 사건은 A씨가 교체되는 선에서 마무됐다.

A씨는 이듬해 제자들에게 “데려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며 만나자고 재차 연락했다. 피해를 줄 의도가 없다며 사과하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의과대 학생부장 B교수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그 문자에는 “다른 여학생은 더 심한 말을 들었고, 만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외에도 A씨는 근무태만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2018년 8월 ‘부적격자’를 통보받고 계약이 만료된 A씨는 1년 뒤 소송을 냈다. 연구실적물 심사 요건을 충족했고,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한 사실이 없어 '부당한 처분'이라는 취지다. 이외에도 A씨는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000여만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 측은 제출된 논문 10편 중 5편이 기준 미달이었고,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교체하는 일이 있었던 데다 급작스런 휴진으로 환자들의 민원이 들어오는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엄중경고’를 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논문이 기준을 충족했고, 징계 역시 재임용 결격사유가 아니지만 언행은 대학교원이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판단해 A씨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언행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원이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것”이라며 “지도교수 교체가 이뤄진 것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학교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어 “부적절한 언행의 대상자가 지도학생이라는 점은 단순히 1회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를 기초해 재임용 거부로 달성하려는 대학교의 명예나 교원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유지한다는 목적은 A씨가 받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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