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예보 틀리면 전국민 비난…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 냅다 지원했죠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7 18:21

수정 2021.07.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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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른살 5년차 공무원
이창재 기상청 기상전문관
재밌을 것 같아 택한 전공 '대기과학'
어쩌다보니 밥벌이까지 이어져 행운
주·야간 교대근무 해야하는 예보 업무
대부분 기피하지만 망설임없이 덤벼
최근엔 코딩 매력에 흠뻑'초보 개발자'
날씨 빅데이터 분석에 유용할 것 같아
누군가 하라고 시켰다면 관뒀을 수도…
1990년대생인 이창재 기상청 기상전문관이 서울 동작구 소재 기상청의 예보 레이더 시스템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1990년대생인 이창재 기상청 기상전문관이 서울 동작구 소재 기상청의 예보 레이더 시스템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례 없는 폭염 속에 바깥 출입을 하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변에 가까운 날씨와 관련해 요즘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부처는 단연 기상청이다. 1990년대생인 이창재 기상전문관(30)은 올해로 5년차 젊은 MZ세대 공무원이다.
이 전문관은 기상청의 핵심 임무인 예보에 참여하며 날씨 정보를 찾는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기상에 관심 "쉽지 않은 길 자처"

이 전문관은 대학(연세대)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했다. 기상 현상 등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가 대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이 전문관은 "사실 기상청에 가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공을 선택한 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대학 진학을 했고, 군대 생활도 공군에서 기상 관측병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상 예보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문관은 군 전역 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고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즉 행시에 합격하면서 기상청에 들어오게 됐다. 이 전문관은 처음에 태스크포스(TF)에서 일하다 2년 전 총괄예보관실에서 예보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전문관은 "기상청의 모든 부서가 중요하지만 총괄예보관실은 기상청의 가장 핵심적인 예보와 관련된 부서"라면서 "주야간 교대근무로 돌아가는 등 업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보 업무는 꼭 해보고 싶었던 업무인 만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업무에 대한 높은 전문성, 경험 등을 가진 공무원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전문관 제도"라면서 "주야 교대근무를 적응하는 데 처음에는 어려웠고 경험이 없어서 업무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쉬기 바빴지만 이제는 홈트레이닝도 하고, 코딩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짜임새 있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재미 느껴서 시작한 코딩 공부, 업무효율 높여

이 전문관은 요즘 코딩 공부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전문관의 정체성을 알리는 카톡 프로필명에도 '초급개발자'라고 소개돼 있다. 그만큼 코딩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코딩을 공부하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대학 시절 잠깐 배웠던 코딩의 세계에 대해 재미와 흥미를 느꼈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틈틈이 코딩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가고 있다.

코딩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다. 이 전문관은 대학 시절 익힌 코딩 지식을 바탕으로 독학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고 코딩을 잘 다루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또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모르는 것을 서로 질문하는 그런 공간도 인터넷에 많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관은 "기상청 예보 업무는 위성 자료와 그밖에 수많은 수치, 각종 데이터, 즉 숫자를 종합하고 분석해내는 싸움인데, 코딩을 배우다보니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업무에 코딩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기상 예보에 코딩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딩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공무원 사회 전반에) 코딩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코딩을 또 지시에 의해 배우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고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MZ세대, 자신에 대한 투자 아끼지 않아

이 전문관은 공무원 조직 속 젊은 세대로서 느끼는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특히 어려운 고시를 통과해 선망받는 공무원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공무원을 그만두는 경우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이 전문관은 "제가 MZ세대를 대표할 순 없지만 최근 젊은 세대는 일보다 삶의 측면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직장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자신에 대한 투자를 더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어떤 수치적 근거를 갖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개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젊은 직원들이 퇴사를 하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성과 자신을 중시하는 최근 MZ세대의 일반적인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일부 불만에 대해 이 전문관은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지만 100%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라면서 "특히 여름철은 기상이 불안정해 어떤 요소만 있어도 그것이 트리거가 돼 소나기로 이어지는 등 예측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잦은 소나기에 대해 이 전문관은 "올해가 좀 유난히 평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통상 한 해만 보고 기후의 변화를 말하지는 않지만 올해가 좀 특별한 케이스인 것은 맞다"고도 했다.

최근 정치판에서도 MZ세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이 전문관은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란 결국 신념의 문제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게다가 저는 이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사실 좀 적은 편이고 MZ세대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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