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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내일의 희망을 찾는 아프가니스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7 18:50

수정 2021.07.27 18:50

[서초포럼] 내일의 희망을 찾는 아프가니스탄
데니스 프래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종료'되지 않았고, 단지 미국의 개입이 끝났을 뿐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전쟁터에서 누군가가 승리 없이 떠난다면 그것을 패배라고 하지만, 선이 떠나면 악이 승리자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엉킨 실타래의 경우는 이 구분도 쉽지 않다.

하물며 전쟁이 길어지면 정치적 파장도 커진다. 빈 라덴이 사망한 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철수를 발표했다. 아프간 내 협상이 재개되자 전 대통령이자 평화협상가인 부르하누딘 라바니가 탈레반에 암살당했고, 그 후 2011년 아프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Bonn)합의에 탈레반과 파키스탄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2013년까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주요 안보 책임을 아프간 국가안보군(ANSF)에 넘겼고, 미군은 훈련 및 특수작전 임무에만 전념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초에 미국의 지원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증가한 상태에서 방향을 바꿔 2020년 선거 전에 미군 철수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그해에 미국은 탈레반과 도하협정을 체결하고 아프간 내부협상을 촉진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9월 11일 미군 철수의 최종 날짜를 정하자 아프간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군사개입은 '국익'만이 충분한 이유이고, 아프간의 국가 건설은 미국의 책임이 아님을 분명히 말했다. 따라서 9·11 이후 파키스탄에 숨어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새로운 정의를 내린 셈이다.

독립적 연구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2001년부터 2019년 말까지 아프간전쟁에 9780억달러를 지출했지만 이 중 360억달러만이 아프간의 거버넌스와 개발을 지원한 금액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 아프간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미국이 얼마나 신뢰하는지 미지수다.

탈레반은 이제 그들이 아프간의 미래에 대한 협상 파트너가 되자 현실 왜곡을 하며 최근 글로벌 미디어에 나오는 전투사진들은 과거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퓰리처상 수상자인 BBC 사진기자의 암살과 그 시신에 대한 건에는 비인간적 태도로 일관했다. 험난한 땅 위에 제국을 이은 제국, 나라를 이은 나라는 오늘날 아프간 내·외부적 갈등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다. 과거 초기 전투에서 일시적 승리도 있었지만, 이 지역은 아직도 "제국의 묘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외국군 개입은 정치 권력구조의 위계, 문화적 오해와 실패한 정치를 양산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인도는 2011년 아프간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가 건설에 필요한 역량 구축을 위한 중요한 도로, 댐, 송전선, 학교 및 병원을 건설하는 데 30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인도 시장에 면세혜택을 제공받은 교역 규모는 현재 10억달러를 넘었다. 산악지대 도로망을 구축해 이란 차바하 항구를 통해 필수물자를 공급해왔다.

미군과 NATO군 3500명을 포함한 7만1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전쟁에서 평화와 번영의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는 집단과의 협상은 무의미하다.
군사적 작전을 배제하고 평화와 번영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전 세계가 협조해야 우리 모두의 내일이 밝아진다.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이제 한 지역의 갈등은 단순히 그 지역 내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우리 모두의 시선과 행동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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