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막말·음모론에도 외면하던 정부, 사건 터져야 '뒷북 예우' [대우 못받는 천안함]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8 18:30

수정 2021.07.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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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천안함 희생자 아내 숨져
미성년 아들 홀로 남아 안타까움
성인 되면 유족보상금 지급 끊겨
비난 이어지자 대책 마련 호들갑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5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5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유가족들이 고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천안함 46용사' 중 1명인 고(故) 정종율 해군 상사의 부인 정경옥(44)씨가 암 투병 중 별세하면서 혼자 남은 미성년자 아들의 유족 보상금 문제를 두고 정부의 '뒷북 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족 보상금을 못 받을 처지에 놓여 모금 운동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일자 대통령까지 나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앞서 유족 연금이 2년 가까이 미뤄진 사례도 있어 일부 유족들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모금 운동 이어지자 "보상금 보장"

28일 천안함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1일 정씨가 별세하면서 발생했다.
그동안 암과 싸워왔던 정씨는 4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올해 고교에 입학한 아들 정모군(17)이 홀로 남겨지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씨는 정 상사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사망한 이후 보험업계에 종사하면서 아들 정군과 생계를 꾸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정군의 유족 보상금이 논란이 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부인에게 지급되던 전몰군경 유족 보상금은 홀로 남겨진 외아들 정군이 받게 된다. 그러나 정군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보상금 지급 대상이 조부모로 변경된다. 특히 현재 보훈 법령상 조부모 마저 사망할 경우 유족 보상금은 소멸된다. 만일 유족의 배우자와 조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자녀들만 남아있는 경우라도, 유족의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보상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씨 별세 이후에 각계각층에서 모금 운동이 이어졌다. 천안함 폭침 도발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은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고인의 사연을 공개하면 주위의 도움을 요청했다.

최 대령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교 1학년 아들 하나만 세상에 두고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 지난 2010년,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오늘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어머니까지 잃었다"며 "어울리지 않는 상복을 입고, 미성년 상주가 돼 눈물 흘리며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치권에서는 즉각적으로 대책안을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군이 성년이 된 뒤에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현행법에 따르면 자녀가 미성년인 경우에만 보상금을 수급할 수 있다"며 "법을 신속히 개정해 보상금 수급 연령을 만 24세까지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막말...음모론 시달려

일각에서는 천안함 유족에 대한 처우 방안이 논란이 나온 뒤에서야 나온다고 비판했다.

천안함 전우회 관계자는 "유족 보상금과 관련된 법안은 이미 예전부터 국회에 올라온 상태였다"며 "이미 제도 개선이 됐어야 하지만 논란이 커지니까 이제서야 대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뒷북 대응은 유족연금 지급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사망 당시 진급할 예정이었던 천안함 전사자 등 34명에 대한 2계급 추서 진급이 결정된 뒤에도 이에 연동한 유족연금 지급을 1년 9개월 동안 미룬 적이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추서 진급자(전사·순직자) 34명의 유족에게 밀린 연금은 총 6억5200만원에 이른다. 추서 진급 신청 일자와 계급이 다르다 보니 개인별로 약 7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약 5600만원까지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족들이 항의를 하자 밀린 연금을 일관 소급해 주겠다고 뒤늦게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최근까지도 천안함 폭침 사건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원색적인 욕설과 막말을 쏟아낸 이들도 있어 온갖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한 방송에서 "천안함 함장이 당시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
최원일 함장이라는 분은 (처우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최 전 대령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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